EU 처음으로 공매도 금지 조치...미국은 원자재 선물거래 제한 조치
2011-10-19 15:15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미국과 유럽이 금융시장에서의 투기성 거래를 차단하는 조치를 잇달아 도입했.
유럽연합(EU)이 무차입 공매도와 투기성 신용부도스왑(CDS) 거래를 금지한 데 이어 미국 원자재선물거래위원회(CFTC)는 투기성 원자재 선물거래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공매도는 국내에서는 이미 금지된 거래방식이나 EU차원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18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유럽연합은 유럽 금융시장을 강화하기 위해 무차입 공매도와 국채 부도 대비 지급보증 상품인 신용부도스왑(CDS)의 투기성 거래를 금지하는데 합의했다.
CDS는 국채를 보유할 때 부담하는 신용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매수하는 파생상품으로 일종의 추가 비용이다. 그러나 국채를 보유하지 않은 채 국채 부도 가능성을 예상하고 CDS 매매를 통해 차익을 노리는 투기 거래, 즉 '네이키드 CDS(Nakid CDS)' 거래가 최근 수년간 급격히 늘었다. 예컨데 해지펀드들이 CDS에 투자해 CDS 프리미엄을 끌어 올려 국채 수익률이 덩달아 올라가며 자금조달 비용을 높였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EU는 국채에 대해 네이키드 CDS 거래를 금지키로 하고, 다만 금지 조치가 면제되는 거래 규모 등 구체적인 규제 내용은 추가 협의를 통해 결정키로 했다. 그동안 영국·이탈리아 등은 네이키드 CDS 매매 금지에 대해 반대해 왔는데, 그 이유는 네이키드 CDS 매매를 금지하면 투자자들이 국채 보유를 꺼려 오히려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매도(Short Selling) 규제는 내년 11월1일부터 발효된다. 공매도는 말 그대로 주식이나 채권도 없이 매도 주문을 내는 것으로, 약세장이 예상되는 경우 주가 폭락을 야기하는 대표적인 투기 거래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이번 합의에서 주무 감독 당국인 유럽증권시장국(ESMA)이 인정하는 경우에는 적용대상에서 빠질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공매도 규제에 대한 반발을 고려한 회유책으로, 공매도 규제를 회피하고자 하는 회원국의 금융 당국은 ESMA에 합당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ESMA는 청원이 들어온 지 24시간 안에 예외 인정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공매도 영구 금지 입법에 참여한 파스칼 카팽 프랑스 녹색당 의원은 기자회견에서“ESMA가 공매도에 대한 결정 집행권을 가지지만 시장의 판단이 존중되지 않을 경우 법적·정치적 압박이 가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미국 원자재선물거래위원회(CFTC)는 18일 에너지와 곡물을 비롯한 원자재의 선물 거래를 제한하는 조치를 승인했다. 이 조치는 내년부터 발효되며 단일 투자자에 의한 선물 및 스와프 포지션 횟수를 제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 또한 헤지펀드 등에 의한 원자재시장의 투기 과열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원자재 선물거래 제한 조치만으로는 원자재 가격 상승을 견제하는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비판론자들은 오히려 은행과 헤지펀드에 의해 원자재 투기가 계속될 것이라며 추가적인 규제조치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