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협력 관계 확인" 이재용 사장 경영권 승계 탄력받나

2011-10-19 15:00
-이재용 사장, 팀 쿡과 만나 장기 부품공급 논의<br/>-'애플이 특허 소송을 이유로 부품 공급업체를 돌리 수 있다'는 우려 불식<br/>-위기관리능력 뽐내…그룹 내 입지 더욱 탄탄해져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전이 확전일로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적장인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재용 사장이 팀 쿡과의 회동을 통해 애플이 특허 소송을 이유로 삼성전자의 부품을 쓰지 않고 일본·대만 등으로 거래처를 돌릴 수도 있다는 일부의 우려를 깔끔하게 잠재웠다.

'그룹 후계자'의 위기관리능력을 대내외적으로 유감없이 뽐낸 것이다. 이로써 이 사장은 그룹 내 입지는 더욱 탄탄해졌다. 경영권 승계 작업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 사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스티브 잡스 추도식 참석차 출국했다가 19일 귀국했다. 그는 이날 김포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팀 쿡과 만나 양사의 좋은 관계 구축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이어 ”부품 공급은 내년까지는 그대로 가고 2013년~14년은 어떻게 더 좋은 부품을 공급할 지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애플이 특허 소송 등을 이유로 삼성전자의 부품을 쓰지 않고 대만이나 일본 등으로 거래처를 돌릴 수도 있다는 외신 보도나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이 둘의 회동은 이 사장이 추도식 다음날인 17일(현지시간) 팀 쿡의 사무실을 전격 방문하면서 이뤄졌다. 2~3시간 정도 진행된 이날 회동에서 두 사람은 스티브 잡스와 동고동락한 지난 10년간의 여정을 추억하며 양사 관계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이 때문일까. 이 사장은 이날 공항에서 추가소송 가능성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법무팀이 경영진들과 협의해서 필요하면 할 것이고, 아니면 안 할 것이다. 생각을 해봐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또 “(삼성전자와 애플은)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고 소비자를 위해 페어플레이를 하면서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라며 양사의 관계에 변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전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이 사장과 팀 쿡이 직접 만나 의견을 교환한 만큼 양사의 날선 공방이 다소 누그러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이 사장은 이날 공항에서 회사 현안에 대해 취재진들의 질문에 차분한 어조로 소상하게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뒤에서 조용히 자리를 지켰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따라서 국내외 주요 고객사를 관리하는 삼성전자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이 사장이 이번 회동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했다는 분석이 제계에서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 사장이 애플과의 특허 소송전에서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준 만큼 그의 경영 보폭이 한층 넓어질 것”이라며 “또 그룹 내 위상도 높아져 ‘이재용 역할론’이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실제 이 사장은 최근 활발한 대외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야구장을 깜짝 방문해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는가 하면, 재래시장을 찾아 서민 먹거리를 사먹는 등 친서민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그룹 이미지 쇄신에 발벗고 나섰다.

또 재계 라이벌인 구본무 LG그룹 회장을 예방하는 한편 포항제철소를 찾아가 정준양 포스코 회장과 면담하는 등 국내외 재계 인사들과도 폭넓은 교제를 나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