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인 美투어 우승..‘가족의 힘’이 기적 일궜다

2011-10-17 17:21
크레인 美투어 우승…11개홀 남기고 7타 열세 극복,만삭 아내·곧 태어날 셋째 아이에 큰 선물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가족의 힘’이 기적을 만들어냈다. 11개홀을 남기고 7타 뒤지던 선수가 대역전 우승을 하기까지는 만삭의 아내와 곧 태어날 아이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주인공은 벤 크레인(35·미국)이다. 그는 17일(한국시각) 미국 조지아주 시아일랜드골프장(파70)에서 열린 미국PGA투어 맥글래드리클래식 4라운드 직전까지만 해도 선두 마이클 톰슨에게 5타 뒤졌다. 더욱 4라운드 시작 후 7번홀까지 파행진으로 선두와 간격이 7타로 벌어졌다.

그의 머리속에는 댈러스에 있는 아내 생각뿐이었다. 셋째 아이가 다음날인 월요일에 태어날 예정이었기 때문. ‘얼른 경기를 마치고 집으로 가야지’하고 생각하는 순간 이변이 시작됐다. 8∼11번홀에서 4연속 버디를 잡고 12번홀 보기로 주춤한 후 14∼17번홀에서 또한번 4연속 버디를 기록한 것. 그는 합계 15언더파 265타로 경기를 끝낸 후 다른 선수들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톰슨이 1타차로 떨어지고, 웹 심슨(미국)이 그와 같은 스코어를 내 공동선두로 연장전에 들어갔다.

17번홀(파3)에서 치러진 연장 두번째 홀 경기. 크레인이 1.5m 파퍼트를 성공했고, 심슨은 1m거리의 퍼트를 남겼다. 세번째 홀 경기로 가는가 싶었다. 그런데 심슨의 파퍼트가 홀 오른쪽 가장자리를 스치더니 돌아나와버렸다. 투어내에서 지독한 ‘슬로 플레이’로 유명한 크레인의 우승은 통산 네 번째. 그는 72만달러(약 8억2600만원)짜리 선물을 갖고 집으로 향했다.

최종일 선두와 5타 열세를 극복하고 우승한 것은 올시즌 미PGA투어에서 두 번째로 큰 역전 사례다. 이번 연장전은 올해만 18번째다. 역대 한 시즌 최다 연장전 횟수다.

심슨은 시즌 3승 달성에는 실패했으나 루크 도널드(잉글랜드)를 36만여달러차로 제치고 상금랭킹 1위에 올라섰다. 두 선수는 20일 열리는 마지막 대회 ‘칠드런스 네트워크 미러클 하스피탈클래식’에 출전해 상금왕을 가린다.

강성훈(24·신한금융그룹)과 김비오(21·넥슨)도 그 대회에서 마지막 희망을 건다. 강성훈은 3위, 김비오는 2위내 성적을 거둬야 시즌 상금랭킹 125위 안에 들어 내년 투어카드를 유지한다. 그렇지 않으면 퀄리파잉토너먼트에 응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