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질 뻔 한 간으로 새 생명 살려

2011-10-14 11:01

(오른쪽부터) 고려대 안암병원 김동식 장기이식 센터장, 간이식으로 새 삶을 얻은 김태곤 씨, 김태곤씨 딸 김윤실 씨, 김수진 장기이식센터 코디네이터.
(아주경제 권석림 기자) 모두가 이식이 불가능 하다고 판단한 버려질 뻔한 간으로 보란 듯이 이식수술을 성공시킨 장기이식 전문의가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이번에 기적적인 간이식 성공으로 환자에게 새 삶을 선물한 의료진은 고려대 안암병원 장기이식센터 김동식(41)센터장으로, 김 교수의 집도로 생명을 건진 주인공은 김태곤(65)씨.

김씨는 2004년경 간암선고를 받고 화학색전술과 고주파치료 등 7년 여간 20여 차례의 크고 작은 치료를 받았지만 병이 호전되지 않아, 이제 간 이식이 아니면 생을 마감해야 했다.

사실, 간암이 상당부분 진행되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 이식도 어려운 상황을 맞이한 김씨는 지인의 소개를 받아 간절한 심정으로 고려대 안암병원에 내원해 간 이식 상담을 받고 올해 4월20일 간이식 대기자로 등록했다.

이식대기자 244순위로 뇌사자로부터 간을 기증받기는 힘든 상황.

그러던 중 올해 8월에 한 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자가 발생했다.

이번엔 다른 병원의 급성 간부 전으로 매우 위독한 환자에게 이식될 예정의 간 이었다.

그러나 기증자가 과거에 큰 개복 수술을 받아 간주변의 혈관과 담도구조가 변형돼있고, 심한 유착이 있을 것이 예상되어 간 적출수술시 나타날 수 있는 기술적 문제로 인해 앞 순위자들을 담당하고 있는 병원들이 이식을 모두 거부했고 결국, 김씨에게 기회가 왔다.

천신만고 끝에 찾아온 ‘찬스’였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기증자의 간이 정상상태이기 때문에 수술의 어려움만 극복하면 김태곤 환자에게 이식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곧바로 간 적출수술을 실시했다.

김씨는 지난 8월18일 간이식 수술을 받은 뒤 건강을 회복, 지난 13일에 퇴원했다.

김 교수는 “공여자의 간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과거 수술로 인한 주변 조직과의 유착이 심하고, 간주변혈관들의 일부가 이전 수술로 절단되어 있고, 간외의 담도가 완전히 제거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기술적 문제만 잘 극복하면 충분히 김태곤씨와 같은 환자에게 이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간이식은 대기자가 워낙 많아 수술 자체가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에 천신만고 끝에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환자에게 좋은 결과를 줄 수 있게 되어서 매우 기쁘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태곤 씨의 딸 김윤실(35)도 김 센터장의 간이식을 받고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평소 건강한 체질로 잔병치레도 안하던 김윤실 씨는 작년 4월 갑작스런 체기로 소화제를 복용했으나 황달이 발생해 고려대 안암병원을 찾았고 급성 전격성 간염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간 이식에 적합한 기증자를 찾아 다른 장기의 손상이 심해지기 전에 김 교수로부터 이식을 받을 수 있었다.

현재 건강을 회복해 면역억제제를 조절하며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부녀가 한 병원에서 같은 의료진으로부터 간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은 것이다.

김 교수는 고대의대에서 의학박사학위를 취득 후 美신시내티대학 복부장기이식외과 조교수로 재직하다 2009년 가을 고대안암병원에 합류해 국내 최고수준의 간이식 전문의로 왕성한 활약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