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항거불능’규정이 성폭력특별법의 독소 조항으로 지목되고 있어 이를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은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 항거불능이라는 용어에 대한 지나치게 엄격하고 주관적인 해석, 모호한 기준, 장애에 대한 몰이해 등으로 오히려 가해자 무죄 판결의 근거 조항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본래 항거불능 조항은 여성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해 범죄구성요건을 완화하고 가해자를 가중처벌하기 위한 것이지만 본래 취지와 다르게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여성장애인이 ‘항거불능의 상태’일 경우에만 강간을 인정해 오히려 가해자에게 관대한 처벌이 이뤄지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고 여성장애인연합은 설명했다.

여성장애인연합은 “영화 ‘도가니’의 사례 뿐 아니라 전국이 여성 장애인 성폭력의 무법천지가 돼가고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한 심각성과 사회적 불감증을 고발하고 더 이상 피해가 생기지 않게 하고자 ‘항거불능’ 조항을 삭제하고 가해자에 대한 엄중 처벌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여성장애인연합 관계자는 “여성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 지원이 시작된 지 10여년이 흘렀으나 범죄 예방과 근절은 커녕 제도적으로 성폭력범죄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며 “성폭력 피해 근절을 위해 실효성 있는 법률 개정과 피해자를 위한 실질적 정책 수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