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호통치는 국감쇼…'나는 의원이다'

2011-10-13 13:38


(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18대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국정감사가 지난주에 끝났다. 지난달 19일부터 3주간 펼쳐진 국감은 가수들의 경연 프로그램인 '나는 가수다'를 보는 듯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국회 관계자들은 감사 대상을 잘 혼내는 게 의원들의 감사역량 평가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그래서 항상 국감장은 시끄럽다.

기자는 농림수산식품부를 출입하면서 가수 경연장 같은 국감을 세 번이나 봐 왔다. 특이한 점은 의원들이 내는 국감 자료를 보면, 80% 이상이 과거에 지적한 내용 그대로라는 것. 이 중 바뀐 게 있다면 수치, 문구 등이다. 그래서 기자는 시끄러운 의원들의 경연장 속에서 지루함을 먼저 느낀다.

올해 국감은 특히 어이가 없었다. 모 의원이 장관들의 유류비 사용내역을 밝히며 "왜 이리 많이 지출했는가"라고 혼내는 광경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실없는 웃음이 절로 나왔다.

너무 혼내는 것에만 집중해서일까. 현장행정을 위해 달리는 만큼 지출했을 것이란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것 같았다.

특히 매 주말을 활용해 전국 10개 시·도, 41개 시·군을 방문하면서 농어업인과의 '스킨십 정책'을 펼쳐온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에겐 너무도 억울한 지적으로 들린다.

서 장관의 경우 농촌현장 방문을 위해 6월 2일 취임 이후 넉달간 매 주말에만 1만km 넘게 달렸다. 유류비 지출은 630만원.

이동수단은 장관 전용 고급세단이 아닌 '스타렉스' 승합차다. 동승은 담당국·과장과 홍보담당직원 1~2명, 수행비서, 취재기자 등 6명 이상이 타기 때문에 전용차선을 이용할 수 있다.

이는 넉달간 주말을 활용해 전국 농촌현장을 방문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기자도 현장취재를 위해 서규용 장관의 승합차에 동승한 적이 있다. 하루 14시간 동안 이어진 그의 현장업무는 고된 행군이었다.

이런 서 장관의 모습은 정치쇼·경연에 치중한 모 의원에겐 과다업무가 아닌 과다지출로 보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정치쇼에만 몰두하는 모 의원에게 한 마디 하고 싶다. "나는 기자다. 국회의원을 향한 아름다운 지적의 목소리를 들려줄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