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국민건강보험이 마땅히 회수해야 할 부당이득금과 구상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3년간 건강보험 재정이 부당하게 쓰인 경우가 230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구상금으로 지출된 금액은 807억원으로 집계됐다.

부당이득과 구상금은 모두 환수 조치해야 한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징수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부당이득 594억원 징수 못해
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 7월까지 환수해야 하는 부당이득금은 모두 2300억8944만원으로 나타났다.

부당이득 발생 이유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지급해야 할 산재처리 비용을 건보공단이 대신 지급해 환수 받는 경우가 91만165건, 금액으로는 1406억5737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급여 정지기간 중 수급 △자격상실 후 수급 △자기 피해 교통사고 △건강보험증 부정사용 수급 △쌍방폭행 △자살 시도 △장애인 보장구 부당허위청구 순으로 집계됐다.

건보공단은 부당이득금 가운데 1706억3057만원을 징수하는데 그쳤다.

전체 금액의 25%에 해당하는 594억5887만원이 징수 처리되지 않은 것이다.

최근 크게 늘고 있는 요양기관의 부당청구에 대한 환수 처리도 미흡했다.

2009년부터 올해 9월 현재 부당청구 환수가 결정된 요양기관은 모두 18만1494개, 환수 결정 금액은 1721억원 이상이었다.

그러나 실제 징수된 금액은 838억원에 불과하며, 아직도 징수할 부당청구액이 816억원이나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건강보험료만 인상할 것이 아니라 부당금액의 징수율을 높여 누수 재정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구상금 67% 환수 안돼
구상권 사후 처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구상권이란 건강보험 가입자가 폭행, 상해 등의 불법행위로 피해를 입으면 공단이 피해자인 가입자에게 보험료를 우선 지급해 치료하게 하고 추후 가해자에게 이 비용을 청구하는 것이다.

2009년부터 올 7월까지 구상권 집행에 따라 지급한 금액은 806억9882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실제 징수한 금액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266억1594만원에 그쳤다.

540억원에 이르는 건강보험 재정이 건보공단의 구상권 행사 소홀로 제대로 환수되지 못한 것이다. 전체 고지액의 6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구상금 미징수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06년 42%였던 구상금 미징수율은 2007년 44.7%, 2008년 49.9%로 꾸준히 늘다 2009년 63.8%로 급증했다.

건보공단은 이에 대해 “구상금은 소송을 통해서만 강제징수가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공단은 이어 “사고로 인해 중증장애인이 발생하거나 시설수용 사례가 많고, 대부분 고액인 관계로 가계에 부담이 커서 단기 징수율은 낮으나 지속적인 징수 독려로 점차적으로 징수율이 향상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