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분양가 인하경쟁 치열…품질저하 우려

2011-10-06 15:37
래미안 전농 크레시티 당초보다 평당 300만원 인하<br/>서수원레이크 푸르지오 평당 800만원…6년전 가격

실거래가격 신고가 시작된 2006년 1월 가격이 기준값 100


(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최근 들어 신규 아파트들이 저마다 시장가격 보다 낮은 분양가를 선보이며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로 인한 품질저하와 인근 지역 아파트의 매매가 약세도 우려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설사들의 신규 아파트 분양가 할인이 줄을 잇고 있다. 경기 침체로 인해 매수세가 없자 미분양을 우려한 건설사들이 저마다 분양가를 낮추고 있어서다.

삼성물산이 서울 전농7구역을 재개발해 공급하는 래미안 전농 크레시티도 분양가 할인에 나선 업체 중 하나다. 애초 3.3㎡당 분양가가 1600만~1700만원대로 예상됐으나 이보다 300만원이 더 낮은 1300만~1400만원대(전용면적 121㎡)로 분양에 나섰다.

삼성물산은 조합원 분담금을 높이고 일반분양 수익을 낮춰 분양가가 낮아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박상현 삼성물산 과장은 “최근 관리처분변경총회에서 일반분양수익률을 150억원 더 낮췄다”며 “이에 따라 일반분양가가 더 낮아질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이 경기도 수원시 입북동에 공급하는 서수원레이크 푸르지오도 3.3㎡당 평균 분양가를 800만원대로 큰 폭으로 낮췄다. 이는 같은 지역의 6년 전 분양가로 거슬러 간 것으로, 서울 지역 3.3㎡당 평균 전셋값인 757만원보다도 저렴한 수준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체 관계자는 "분양가를 낮추면 실수요자들에게는 아무래도 이득이 된다"고 하면서도 "그러나 건설사들이 아무래도 분양가를 낮추기 위해선 마케팅 비용이나 마감재 조정 등 최대한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요인을 찾아볼 수 밖에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건설산업연구원의 허윤경 연구위원은 “건설사들이 낮은 분양가로 파는 상황이 이어지면 아무래도 품질이 저하되고 새로운 상품이 나오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경기가 곧 회복이 된다면 큰 무리가 없겠지만 침체 상황이 이어지는데 무리해서 분양가를 낮추다보면 중소업체에는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정보업체 에이플러스리얼티의 조민이 팀장은 “매수세가 없는 상황에선 소비자들의 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전셋값이 워낙 강세다 보니 건설사들이 '조금 더 주고 내집사자'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 팀장은 “이같은 분양가 할인이 이어지면 향후 해당지역에 분양할 아파트도 앞서 분양한 아파트의 분양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특히 신규아파트 분양가 인하는 기존 아파트 가격도 끌어내리는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존 미분양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건설사들도 낮아지는 신규 아파트 분양가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앞다퉈 할인 분양에 나서고 있다.

최근 2년전 분양했던 아파트를 재분양하고 있는 한 업체는 “사실상 손해보고 분양 중”이라며 “그동안의 금융비용 등을 감안했을 때 이미 손해인 상황이지만 소비자들이 반길만한 가격으로 재분양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