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표류 탈북자 일행 9명 입국(종합)
2011-10-04 18:38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 손자 추정자도 입국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목선을 타고 한국으로 향하다 일본에 표류한 탈북자 9명이 4일 정오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들 탈북자는 이날 오전 10시30분 대한항공 KE788편을 타고 후쿠오카(福岡) 공항에서 출발해 오전 11시55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들은 남성 3명, 여성 3명, 아동 3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중 남성 1명은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을 지낸 동암(東岩) 백남운(白南雲)의 손자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도착 즉시 경기도 시흥의 중앙합동신문센터로 옮겨져 국가정보원과 경찰, 군으로 구성된 정부 합동신문조에 의해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신조는 이들을 상대로 탈북 경위와 경로, 귀순 의사 등을 집중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는 통상 2∼3개월에서 최장 6개월까지 걸리며, 이후 경기도 안성의 ‘하나원’으로 이송돼 3개월간 정착교육을 받게 된다.
조병제 외교통상부 대변인은“이들은 일본 정부의 조사와 우리 정부관계관 면담에서 한국으로 오고 싶다는 희망을 표시했으며 우리 정부는 이들의 자유의사를 존중해 이들을 수용하기로 했다”면서 “앞으로 이들의 국내 정착은 통일부 등 유관부처에서 지원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들 탈북자 중 남성 1명이 백남운의 손자라고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 “면담 관련 사항과 여러 가지 정황에 대해 양국 정부간에 긴밀히 협조하고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면서 “구체적 사항에 대해서는 관련된 분들의 신변안전 문제가 있어 확인해 드리기는 어려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인천공항에 도착한 이들 탈북자는 모자 또는 후드티,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완전히 가려 성별과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몇몇이 백 팩과 쇼핑백 등을 가지고 있었을 뿐 대부분 단출한 차림새였다.
경찰이 에워싼 가운데 이들은 아무런 말없이 빠른 걸음으로 별도의 심사 없이 출입국심사대를 통과한 뒤 입국장으로 향했다.
일행 대부분이 야위고 체구는 작았으나 건강에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였다.
현장의 한 관계자는 “비행기를 처음으로 타다 보니 어린이 1명이 기내에서 구토했으나 별다른 문제는 아니었다. 다들 건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애초 일행 중 대표 1명이 입국장 앞에서 짧게 소감을 밝힐 예정이었으나 국정원 등은 계획을 바꿔 공식 언론 접촉을 차단했다.
이들은 입국장 바로 옆 통로를 통해 공항 귀빈주차장으로 이동해 대기 중이던 소형버스편으로 공항을 빠져나갔다.
국정원은 탈북자 임시 수용시설에서 이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뒤 한국 사회 적응 교육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3일 목선을 타고 일본 이시카와(石川)현 앞바다로 표류해온 이들은 그동안 나가사키(長崎)의 입국관리센터에서 보호를 받아왔으며 모두 한국행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