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그림' 이이남 "나는 행복전도사"
2011-10-04 22:49
5일부터 소격동 아트센터나비서 '명화가 살아있다' 개인전
이이남의 신 금강전도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뻐꾸기 울음소리와 함께 푸르게 변하는 '금강전도'는 새소리와 물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헬리콥터 소리가 들린다. 망치 소리와 함께 금강산 골짜기 마다 건물이 세워지고, 헬리콥터는 여전히 금강산을 가로지른다. 어느새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눈 쌓인 금강산의 골짜기 마다 세워진 건물들은 불빛을 반짝인다. 찬바람 소리가 들리면서 헬리콥터 소리는 사라진다.
1734년 겨울, 겸재 정선이 제작한 '금강전도'는 2009년 고층빌딩 네온사인을 빛내는 '신 금강전도'로 업그레이드됐다.
프랑스 점묘파 화가 조르주 쇠라(1859~1891)의 '아스니에르에서의 물놀이'와 '그랑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는 남종화를 이끈 남농 허건(1908~1987)의 산수화를 결합시킨 디지털 삼면화(Triptych)로 재탄생됐다.
서양과 동양의 작품들이 자유롭게 넘나들고 고전과 현대가 교차하며 '움직이는 작품'들은 '미디어작가' 이이남을 통해 다시 부활하고 있다.
스르륵 움직이는 그림들로 관객들의 발길을 붙잡는 이이남은 ‘제 2의 백남준’으로 불린다.
김홍도, 김정희 등의 동양화부터 모네, 고흐의 서양화까지 세기의 회화를 애니메이션처럼 움직이도록 만드는 그의 작업은 대중성을 얻는 동시에 미디어아트 작품의 새로운 유통방법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디어 작가 이이남. |
원래 조각 전공이던 그가 영상미디어에 눈뜬 것은 1997년, 한 대학에서 미술해부학을 가르치다 어깨너머로 학생들의 애니메이션 작업을 보고 나서부터다. 조각과 출신으로 전도유망했던 그가 TV화면을 부숴가며 움직이는 작품에 몰두하자 '미친짓'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2004년 단원의 '묵죽도'로 첫 영상 작품을 선보였고, 그 뒤로 신사임당의 <초충도>, 추사의 <세한도> 등을 작품화해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특히 삼성전자에서 모니터 후원과 삼성전자 55인치와 46인치 LED TV에 자신의 작품 3점을 내장해 출시, 세계인의 이목을 받았다.
이후 대중적으로도 접근, 이준익 감독의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모션 포스터를 제작했고 지난해 G20 서울정상회담 때 TV와 아이패드·갤럭시탭 등을 통해 작품을 설치해 호평 받았다. 그의 혁신된 작품은 올해 발행된 중학교 미술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디지털기술을 예술로 승화시킨 그의 작품은 놀라운 상상력과 신기함으로 작품이 끝날때까지 발길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을 가졌다.
작가 이이남은 "힘겨운 일상을 살아가는 대중에게 ‘아트’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무거움’을 ‘어깨’에 짊어지게 하기보다 오히려 신기함과 웃음(가벼움)을 선사하고 싶다"며 ‘행복 전도사’를 자처한다.
서울 소격동 아트센터나비는 5일부터 이이남의 개인전 '명화가 살아 있다'(Les Peintures Vivantes)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비디오 작품 7점과 달 항아리를 이용한 비디오 인스톨레이션 1점, 그리고 이이남 작가의 앱이 내장된 아이패드 등을 선보인다.
전시는 11월4일까지. 관람료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