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골프시키는 것 좋지만 스스로 ‘재미’ 느껴야”

2011-10-04 16:29
한국오픈 출전 주요선수 인터뷰, “롱퍼터 금지 필요성 못느껴” “차세대 황제는 매킬로이가 선두”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두 살 때 골프클럽으로 볼을 40야드나 날렸다?

세계 남자골프계의 ‘영 건(young gun)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코오롱 제54회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6∼9일)에 출전하는 주요 선수들이 대회를 이틀 앞둔 4일 우정힐스CC에서 인터뷰를 했다. 로리 매킬로이(22·북아일랜드), 리키 파울러(23·미국), 노승열(20·타이틀리스트), 김경태(25·신한금융그룹), 양용은(39·KB금융그룹)이 그들이다. 이 가운데 매킬로이는 두 살, 파울러는 세 살, 노승열은 일곱살 때 골프클럽을 처음 잡았다. 이들은 현재 세계남자골프 ‘차세대 주자’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들에게 먼저 “골프선수가 되고자 하면 어느 시기에 입문하는 것이 좋으냐?”고 물었다. 5명의 선수들은 “꼭 두 살이나 열 살 등 때를 못박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골프에 접할 수 있는 시기가 좋다. 무엇보다 클럽을 쥐었을 때 즐거움을 느껴야 한다. 부모나 주위사람이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US오픈 챔피언으로 세계랭킹 3위인 매킬로이는 2009년에 이어 두번째 방한이어서 그런지 피곤한 기색없이 비교적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특히 “나는 아버지께서 클럽을 쥐어주는 순간 골프를 좋아했고 그 후로 앞만 보고 달려왔다”며 “어린 나이에 골프를 시작하면 재능을 계발할 기회가 많아지는 등 유리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할아버지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했다는 파울러도 “두 살이든 열살이든 중요하지 않다. 스스로 골프를 하고싶어하고 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그 때 골프에 입문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거들었다. 다섯 명 가운데 가장 늦은 스무 살 때 입문한 양용은은 “시기보다는 본인이 ‘재미’를 느끼는 것이 긴요하다. 골프를 재미있게, 그리고 ‘놀이’로 생각할 수만 있다면 5세든, 10세든, 15세든 입문 시기는 상관없다”고 설명했다. 노승열은 “매킬로이와 파울러보다 4∼5년 늦게 골프를 시작해서 지금 그들보다 처지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애덤 스콧, 키건 브래들리, 빌 하스, 필 미켈슨 등 최근 미국PGA투어에서 롱퍼터를 사용하는 선수들이 늘고 있다. 공교롭게도 그들은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그런데 한 달전 한국에 온 시니어프로 톰 왓슨은 “롱퍼터를 써서 치는 것은 스트로크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섯 명에게 롱퍼터에 대해 질문했다. 같은 자리에서 차례로 대답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골프규칙이 허용하는 한 롱퍼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이 다섯 명의 생각이었다. 이들은 “롱퍼터를 쓴다고 하여 다 퍼트를 잘 하는 것은 아니다. 짧은 거리에는 효험이 있을 지 몰라도 먼 거리 퍼트는 썩 이롭지 않다. 또 표준길이 퍼터에 익숙해 있는 선수들도 많다. 퍼트에서는 볼을 컵에 넣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어떤 퍼터를 쓰든 개의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매킬로이는 “롱퍼터는 쓴다는 것은 오히려 ‘퍼트에 약점이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냐?”며 반문했다.

우정힐스CC는 국내에서 어렵기로 소문난 코스. 매킬로이는 “2년전 이 대회에서 3위를 했는데 파3인 13번홀과 16번홀이 까다로웠다. 그래서 아이언샷이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회에서 두 차례(2006년, 2010년) 우승하고 3위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는 양용은은 “이 곳에서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로리가 라이벌이긴 하지만 ‘디펜딩 챔피언’의 면모를 보이겠다”고 말했다. 양용은과 매킬로이는 올해 US오픈 마지막날 챔피언조로 동반플레이를 한 적이 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10타 앞서다가 양용은에게 역전당한 노승열은 “양용은 프로가 강력한 라이벌이다. 작년의 아쉬움을 떨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차세대 골프황제가 누가 될것이냐?”는 낯뜨거운 질문도 이어졌다. 매킬로이를 제외한 네 선수가 매킬로이를 첫 손가락에 꼽으면서도 양용은은 “로리가 선두주자이긴 하지만 2∼3년 두고봐야 판가름날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고 파울러와 노승열은 “잠재력이 큰 젊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타이거 우즈처럼 ‘10년 아성’을 쌓는 선수는 없을 것이다. 누가 ‘우즈 이후’의 골프를 리드해나갈지 속단하기 어렵다”고 말해 매킬로이와 라이벌 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모자를 살짝 돌려쓰고 튀는 패션으로 주목받는 파울러는 이번이 첫 방한. 그는 “옷은 그 사람의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나만의 패션 스타일을 고수할 것”이라며 “내가 다닌 오클라호마 대학을 상징하는 오렌지 색을 특히 좋아해 마지막날 이 색상의 옷을 입곤 한다”고 말했다.

매킬로이와 파울러는 짝을 이뤄 이날 오후 노승열-김대현(23·하이트)으로 구성된 한국선수팀과 9홀 스킨스게임을 벌였다. /천안

-사진 왼쪽부터 김경태, 로리 매킬로이, 양용은, 리키 파울러, 노승열. [사진=코오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