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월가시위 전세계로 확산 조짐..."미국식 자본주의 근본 변혁에는 한계" 지적도

2011-10-04 12:21

미국 자본주의의 심장 뉴욕 맨해튼에서 시작된 반월가 시위가 3주째에 접어들면서 점차 미국 전역과 세계 곳곳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뉴욕시뿐 아니라 동부의 보스턴, 로드아일랜드의 프로비던스, 서부의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등 전국 곳곳에서 동조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4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주 필라델피아 메소디스트 교회에서는 200명이 모여 유사한 시위를 조직할 것을 논의했으며, 프로비던스에서는 60명가량이 공원에 모여 집회를 가졌고, 보스턴에서도 연방준비제도은행(FRB) 건물과 거리를 마주한 곳에 시위대가 캠프를 쳤다.
CNN은 맨해튼의‘월가를 점령하라’는 구호를 본떠 ‘시카고를 점령하라’, ‘로스앤젤레스를 점령하라’ 등의 모토를 가진 웹사이트가 잇달아 출범하고 연대 시위도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위 열기는 국경을 넘어 인접국인 캐나다와 멕시코로도 번지고 있고, 바다 건너 일본과 호주, 유럽 등지에서도 유사한 시위 계획이 감지되고 있다.
캐나다통신에 따르면 뉴욕 시위대와 유사한 이름의‘토론토 주식시장을 점령하라’는 단체가 15일 토론토 증권가인 베이가(Bay Street)에서 가두 시위를 벌이기로 하고 이를 조직하기 위한 웹사이트 운영에 나섰다.
이들은 토론토 증권시장이 휴장하는 내주 토요일부터 연쇄 시위를 벌일 예정으로, 토론토뿐 아니라 밴쿠버, 몬트리올, 캘거리 등 캐나다 주요도시에서 가두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또 태평양 건너 일본에서도‘도쿄를 점령하라’는 페이스북이 열렸고 호주와 유럽 등에서도 유사 사이트가 속속 개설되고 있다.
4일 호주의 인터넷매체 인디미디어오스트레일리아(IA)에 따르면 오는 15일 시드니시내 하이드파크를 비롯해 멜버른과 브리즈번, 퍼스, 애들레이드, 등 대도시에서 ‘호주를 점령하라’는 가두시위가 펼쳐질 예정이다.
시드니의 경우 이날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하이드파크에 시위가 진행되기로 돼 있다.
주최측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미국 월가에서 진행되는 시위에 동조하는 단체 또는 개인이 이번 시위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최측은 인터넷 웹사이트와 페이스북을 통해 시위 계획 사실을 알리면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IA는 “기업의 탐욕과 자본주의 불평등에 항의하는 시위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시드니 등지에서 열리는 시위에 적극 참여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 같은 반월가 시위는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그리고 이에 따른 실업증가 등 미국인의 좌절감을 대변한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시위대가 내건 플래카드와 구호 속에는 전대미문의 공적자금이 투입됐으면서도 '보너스 잔치'를 계속하고 있는 미국 금융산업에 대한 미국인들의 분노와 이에 반해 아직 개선되지 않고 있는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과 실망감이 투영돼 있다는 것이다.
코넬 웨스트 프린스턴대 교수는 독립 뉴스방송‘데모크라시 나우’와 인터뷰에서 "이번 시위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월스트리트 자본주의에 반발하는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면서 "(민주화를 촉발시킨)‘아랍의 봄’에 상반되는‘미국의 가을’이 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시위대의 목표가 너무 광범위하고 확고한 지도부가 없이 조직력에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생명력이 그리 길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시위가 내년도 미국 대선에서 어느 정도의 변수는 되겠지만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변혁을 몰고 오기에는 역량 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펜실베이니아 랭카스터의 프랭클린&마샬 칼리지의 테리 마돈나(정치학) 교수는 “이번 시위는 넓은 의미에서‘계급투쟁’의 하나로 볼 수 있다”면서 “그러나 새로운 운동의 서막을 알릴 잠재력은 있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월가와 부자들에 대한 세금 인상에서부터 지구 온난화의 방지 등 다양한 명분에 대한 일련의 이벤트에 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동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