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알게 된' 박완규…"나는 록 가수다"
2011-10-05 15:45
'사랑을 알게 된' 박완규…"나는 록 가수다"
▲박완규 [사진=동아기획] |
7~8년 동안 현실이 자신에게 등을 돌렸다고 생각해서 죽지 못해 하루하루 살아가던 그는 멘토 같은 형님이 손을 건네 다시 햇볕 속으로 나왔다. 바로 박완규와 형님 김태원 얘기다.
올 1월 김태원이 부활 콜라보레이션 앨범 '비밀' 보컬을 박완규에게 제의하면서 그는 세상과 교류하기 시작했다. 김태원은 이어 자신이 출연했던 '위대한 탄생'에서 박완규를 잠깐 출연시켰고 박완규는 '독설가' 이미지로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또 최근 촬영을 종영한 '남자의 자격-청춘합창단'에서 박완규는 지휘자 김태원을 서포트하면서 '울보' '순둥이' 이미지로 그려지면서 대중들은 인간 그리고 가수 '박완규'에게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노래할 무대가 많아져서 이제 아침을 맞는 게 너무 행복하다는 박완규. 그런 그가 지난 9월 새 디지털 싱글 앨범으로 돌아왔다. 박완규는 예전의 생기를 찾은 마냥 십여 년 전 무대에서 보여준 찰랑거리는 머릿결과 순한 눈빛 그대로였다. 성대가 많이 망가졌다던 목소리도 과거와 변함없기에 더 반가웠다.
#사랑하기 전에는 몰랐던 일들, 세상 밖으로 나오다
▲부활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 '+1' [사진=부활엔터테인먼트] |
정말 가슴 뛰게 좋은 형님이 소중한 기회를 줬는데 스스로 너무 안 되니깐 망설임도 많았다는 박완규. 음악 선생님이자 첫 데뷔를 '부활'로 해서 형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마지막 각오로 뛰어든 부활 앨범 '비밀'은 당시 아이유 현빈 소녀시대와 맞붙어서 음원차트를 휩쓸었다. "혹자는 전략 아니냐고 하는 데 전략이었으면 더 유명한 가수에게 부르라고 했겠죠!"
그럼 김태원이 박완규에게 손을 내밀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름답고 싶다'는 게 김태원의 대답이었단다. 90년대 중반부터 '음악'으로 만났던 두 사람은 음악의 순수성을 가지고 만난 선생님과 제자 같은 관계였다. 박완규는 잠시 생각에 젖더니 "자신의 옛 제자가 그냥 식물인간 상태로 있으니까 '너를 살리고 싶다'는 아름다운 마음으로 제자를 살린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 이후로도 계속 김태원은 박완규에게 기회를 만들어줬다. '위대한 탄생'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독설가, '남자의 자격'에서는 극과 극의 이미지인 '순둥이', '울보'로 수식어가 붙게 되면서 대중들에게 박.완.규 이름 세 글자를 똑똑히 입력시켰다.
"김태원이 적절한 타이밍에 예능을 통해 박완규 이미지를 만들어준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태원이 형이 2년간 절치부심하며 예능 했어요. 우리나라 최고의 기타리스트로 손꼽히는 형이, 부활 살리려고 선장이 배에 뛰어들어간 격이죠"라며 "형님이 예능 2년 하면서 노하우를 터득한 것은 바로 진정성이에요. '어떻게 해야 박완규가 진정성을 가지고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생각했을 거에요"라고 김태원의 속내를 훤히 아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나는 늘 표현하는 게 그게 김태원식 리더십이라고 생각해요."
김태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 박완규 새 앨범에서 곡을 쓰지는 않았지만, '완규 장점 살리자'고 하면서 스페셜디렉터를 자청해 도움을 줬다고.
#사랑하기 전에 몰랐던 일들, 이제 다시 사랑합니다!
▲박완규 [사진=MBC '아름다운 콘서트'] |
'사랑이 아프다'>에는 '사랑이 아프다', '사랑하기 전에는' 두 곡이 들어 있다.
"타이틀곡 '사랑하기 전에는'은 사랑하기 전에는 몰랐단 뜻이죠. 사랑하기 전에 몰랐던 따뜻함. 태원이 형이 내게 기회를 줬고 팬들이 떠났다가 '비밀'을 통해 돌아왔고 다시 부활했어요. 이제 사랑을 알게 된 거죠." 박완규는 덤덤하면서도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었다. "그때는 세상이 날 버렸다고 생각했어요. 온통 그냥 상업주의 만연해서··· 시대 흐름 못 읽는 나는 세상이 내게 등만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세상을 사랑하기 시작하니깐 세상과 교감하고 팬과 태원이 형을 만나고. 가장 중요한 건 사랑하기 전에는 몰랐던 일이죠. 그래서 '사랑하기 전에는'의 작사 작곡 프로듀싱은 아무것도 참가 안 하고 오직 소리 내는 것에만 신경 썼어요."
병원을 간 날 의사는 박완규의 성대를 보고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을 정도. "성대 내시경을 했는데 의사가 '성대 상태를 보면 말소리도 안 나와야 하는 성대다. 노래를 부르겠단 소리 말도 안 된다.' 코 내시경 하더니 '오마이갓, 방법은 수술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시간이 너무 지나버려서 그냥 포맷하는 수술만 가능하다고. '입력된 정보 날라간다'고 했죠."
성대결절과 온통 염증이 딱딱하게 굳어서 성대막이 움직이지 않는 상태였던 박완규는 수술 대신 염증치료에 집중했다고 한다. 의사는 염증 잡는 데만 5개월이 걸린다고 했단다.
"이때부터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했어요. 선생님께서 말한 5개월 염증치료가 한 달 만에 염증이 사라진 거예요." 박완규는 마지막 기회를 준 것 같은 김태원을 위해서라도 안 가던 병원을 걸어서 꼬박꼬박 다니고 식염수를 코에 들이붓고 목에 항상 가글 하는 등 그렇게 치료에 최선을 하기 시작했다. "치료 2달째, 의사 선생님께서 깜짝 놀랐어요. 새살이 돋는 듯 착시효과처럼 성대가 좋아 보였대요. 3달 지나니 나 스스로 자신감을 찾게 되고 4달째는 예전에 부르는 노래나 지금 부르는 노래의 목소리가 구별이 안 될 정도예요. 지금 5개월째인데 자신감에 꽉 차 있어요. 좋은 음악으로 보답해 드릴게요."
실제 박완규는 1999년 '천년의 사랑'을 부를 때와 지금 '사랑하기 전에는'의 노래 부를 때의 목소리 차이가 거의 없다. 더 정확히 말하면 목소리만 듣는다면 '성대에 문제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현실의 무게감에 도망쳤던 한 남자의 지친 음색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부드러우면서도 거칠고 거칠면서도 부드러운 파워풀한 음색과 호소력이 담백하게 녹아있다.
"지금까지 러브테마, 슬로템포를 주제로 했는데 한 몇 개월 간 이런 장르를 하고 다시 '리턴 투 더 록'으로 갈 거에요. '천년의 사랑'은 완전 록은 아니에요. 진짜 록을 하고 싶어요. 대중 친화적인 거 안 하겠다는 소리가 아니라 콘셉트 명확하고 전달하는 메시지가 듬뿍 담긴 록 음악 준비 중입니다. 또 역대 부활 보컬들과 (이)태권, (손)진영이 이런 친구들과 함께 교류하면서 새로운 앨범도 내면 좋겠어요."
#소년, 록을 만나다! 그리고 부활을 만나다!
"아버지가 형편이 어렵다고 형제 중 나한테는 장학금 받을 수 있는 실업계를 가라고 했어요. 상고를 가더라도 법조계로 갈 수 있으니 내심 꿈꿨는데 그때 그 시기에 음악을 만났죠. 고등학교 1학년 학교 축제 때 교내 스쿨밴드 써클이 있었는데 고3 형들의 무대 보고 반했어요. '나 저거 할래' 그때 강렬한 느낌이 왔죠. 그 느낌은 지금은 헤어졌지만, 아기 엄마 처음 딱 눈이 마주쳤을 때 '나 저 여자와 결혼해야 해'란 강한 느낌이 왔던 20살 때의 끌림 같은 느낌"이라고 비유했다.
그렇게 강렬한 이끌림에 가수의 꿈을 꾸게 된 박완규가 록을 선택한 이유는 그 당시 레퍼토리는 단연 백두산 시나위 무한궤도 등으로 이뤄졌다. "그때는 '록'이 당연한 레퍼토리였어요. 처음에 밴드 형들에게 배울 때 형들이 '다섯손가락 '풍선' 이것부터 연습하고 와'라고 했어요." 선배들에게 록을 배우다가 자연스럽게 미군 클럽에서 밴드들이 연주하는 거 들으면서 '록'의 신나는 세상을 접했던 그다.
록에 빠진 박완규는 18살 때부터 목소리 톤을 바꾸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단다. 지금의 목소리와는 상상도 안 되는 미성을 버리기 위해서. "계속 소리를 내고 여러 가지 배운 발성법 '아아아아아아' 이런 것들을 지르다 보면 소리 안 나는 시점이 생겨요. 그 상태를 넘으면 목소리 성대가 아예 가거나 토하게 되거든요. 저는 천운으로 토하면서 목소리가 확 트이게 됐습니다."
▲김태원(왼쪽),박완규 [사진=부활엔터테인먼트] |
"처음에 외국 노래 불렀을 때 부활 밴드 만세 불렀어요. 너무 잘하니깐. 그런데 태원이 형이 '가요 불러봐라' 해서 불렀는데 영 아니었던 거 같아요. 미국 애가 한국 노래 부르는 감성이었던 평가였어요." 지금도 잘 알려졌다시피 김태원이 반대했지만, 다른 멤버들이 '그럼 박완규에게 잘 어울리는 곡을 주면 된다'고 김태원을 설득한 끝에 박완규는 부활 5대 보컬로 나서며 그의 목소리에 100% 어울리는 '론리나잇(Lonely Night)'으로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박완규는 1년 뒤에 탈퇴한다. "태원 형이나 부활의 문제가 아니라 당장 먹고 살아야 하는 부분이었어요. 부활 오디션 일주일 뒤 '나는 당장 먹고 살아야 하는 인생이다'고 말했을 정도로 먹고사는 문제가 걸려있었어요. 가정이 있었기 때문에 꿈을 바라볼 나이는 아니고. 솔로로 하면 돈 더 벌 수 있으니깐···" 현실적 상황으로 어쩔 수 없이 탈퇴한 박완규는 1999년 솔로 데뷔 앨범 '천년지애(千年之愛)'에 수록된 타이틀곡 '천년의 사랑'으로 큰 인기를 누렸으나, 그때부터 시련이 찾아왔다.
"소속사 문제뿐만 아니라 복합적인 문제가 있었어요. 사실 대부분 가수들은 히트곡 싫어해요. 가수가 부르고 싶은 노래와 제작자가 팔아야 하는 노래가 있고. 그런 것 때문에 괴리감이 생겼어요. 또 '천년의 사랑'이 너무 뜨니깐 주위의 시선도 그렇고··· 나는 그대로인데 세상 시선이 바뀐 것 같아서 괴롭고 힘들었어요."
#나는 가수다, 나는 박완규다!
박완규는 얼마 전 '나는 가수다' 출연이 확정되면서 또 한 번의 화제를 낳았다.
▲박완규 [사진=MBC '아름다운 콘서트'] |
"'나는 가수다' 출연 제의는 사실 올 4월 접촉이 있었어요. 근데 '가수가 점수로 매겨진다는 게' 싫어서 안 한다고 했죠. 그러다가 MBC '나는 록의 전설이다'를 보면서 마음이 바뀌게 됐어요. 방송 보면서 내 수식어 '록커 박완규'가 과히 과장되고 나에게 맞지 않는 타이틀이라 느껴졌어요. 록커 선배님들, 큰 형님들 인터뷰를 통해 또 그들의 삶 투영된 프로그램을 보니깐 '나는 록커인가?' '나는 뭐했지?'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냥 '프로'라는 건방진 생각만 있었던 것 같아요. 그분들은 후배 록커들이 노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기 위해 그렇게 노력하는데!"
록커 형님들의 모습을 보고 박완규는 바로 김태원에게 전화했다. "형님 저 다시 기회 주면 나가겠습니다." 김태원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래, 마음이 섰나?" "네, 지금 형님들 나온 프로 보고 있는데, 이제는 인정 대접받을 수 있는데도 락을 알리겠다고 그런 처우에도 아랑곳없이 후배들을 위해 노력하시는 형님들을 보면서 선택했습니다!" 단단했던 박완규의 마음을 돌렸던 건 바로 지금의 록커 형님들이기도 하다.
사실 임재범이 '나가수' 출연할 때 '천하의 임재범 형이'라고 반대한 박완규는 '나가수' 이후 임재범을 보면서도 마음을 바꾼 계기가 됐다고 한다. "사실 재범이 형님은 '나가수' 출연 이후 초대박 터뜨렸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은 '임재범 어느 정도 록 성 발라드만 불러도 지금의 임재범이면 할 거 아닌가?'라고 하지만, 재범이 형은 'NO! 나는 록을 할 거다. 난 록이 좋다. 록으로 돌아갈 거다'고 말하며 현재도 임재범은 록을 위해서 큰 프로젝트 만들고 있음"을 전했다.
덧붙여 박완규는 임재범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나지막이 읊조렸다. "소통하자. 록커 형제끼리 이야기하자. 돕자. 누릴거라 생각하지 말자. 인지도로 동생들이 편안하게 록 할 수 있도록 놀이터라도 만들 수 있도록! 완규야 '나가수' 가라 형이 돕겠다. 뭔가 형이 도울 게 있다." 박완규는 "형님들이 있기에 아주 든든합니다. 경연에 나가서 창피하지 않도록 목과 몸을 잘 관리할 거예요. 음악 코치이자 멘토 김태원 형님과 상의하면서 그리고 부활 패밀리가 편곡할 것 같습니다. 준비한 레퍼토리가 굉장히 록 적인 요소들이 많고 큰 형님 중에 누가 출연할 수 있을 것도 같고요"라고 넌지시 알려줬다.
다시 한번 박완규는 '나가수' 출연의 뜻을 분명히 다졌다. "99%는 내가 원하는 밴드 음악의 활성화에요. 이번 기회를 통해서 록과 밴드를 뉴제너레이션에게도 알리고 싶습니다!"
#형님, 내 형님 김태원
▲박완규(왼쪽), 김태원 [사진=MBC '놀러와'] |
박완규는 "태원 형은 나 혼자 잘되는 게 아니라 후배도 잘되도록 끌고 가는 힘이 있어요"라고 전했다. '아름다운' 얘기에 자연스럽게 '남자의 자격-청춘합창단'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제작진들이 어떻게 보면 '위대한 탄생'의 내 독설적 이미지를 기대했을 수 있겠지만, '청춘합창단' 어르신들의 인생 얘기를 들으면 눈물이 날 수밖에 없어요. 매주 화요일 14~15시간씩 어르신들과 함께 있으면서 노래 연습시키고 가르치고 대화하면서 내가 배운 게 훨씬 많았어요. 소년, 소녀 같은 웃음으로 인생 얘기하실 때 인간으로서 받아들일 게 너무 많고 감동했습니다."
김태원은 '청춘합창단'에서 처음으로 지휘를 맡았으며 박완규는 든든하게 그를 보필했다.
지금도 스케줄이나 다른 문제들을 항상 김태원과 상의하는 박완규는 '진실되게 방송하자'란 딱 한 가지 약속으로 카메라를 마주하고 있다. 세상에 나오니 할 일도 빼곡하다. 10월 부활콘서트를 앞두고 있으며 12월 단독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또 앞으로 대중들이 원하는 곡의 싱글 및 정규앨범 발매와 함께 진짜 하고 싶은 외국 록 곡을 사서 공연하고 싶은 소망도 담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늘도 내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 준 김태원 형님에게 하고 싶은 말을 인터뷰를 통해 전하고 싶단다. "형님 진심으로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