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 현 정부 인사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고 주장한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3일 검찰에 다시 출석해 17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고 4일 새벽 귀가했다.

이날 오전 9시50분 서초동 서울검찰청사에 도착한 이 회장은 4일 오전 3시까지 조사를 받고 나와 “오늘 신 전 차관,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차장, 임재현 청와대 정책홍보비서관과 관련된 부분을 중심으로 언론에서 나온 것들에 대해 얘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충분히 소명을 다했다. 검찰도 상당히 적극적이고 나도 마찬가지”라며 “진실을 밝히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어 “양쪽 스케줄을 조정 중인데, 2∼3일 뒤에 다시 (검찰에) 들어와서 SLS 워크아웃과 관련해서 집중적으로 얘기하게 될 것 같다”면서 “더 제출할 자료가 많은데 산업은행, 수출보험공사 자료 등도 다 제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박 전 차장이 일본 출장 중 SLS그룹 현지법인 간부의 향응 제공 의혹에 대해 ‘SLS 측으로부터 어떤 명목의 접대도 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한 데 대해서는 “그런 내용을 처음 듣는다. 진실은 곧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심재돈 부장검사)는 이 회장의 진술과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신 전 차관 등에게 금품을 제공한 것이 사실인지, SLS그룹의 워크아웃 과정에서 문제가 될 부분은 없었는지 등을 조사했다.

이 회장은 법인카드 사용내역 명세와 상품권 구입 영수증, SUV 차량 렌터카 비용 대납 내역, SLS그룹 일본법인 현지 연락처 등을 증빙자료로 제출했다.
검찰 관계자는 “오늘은 그동안 이씨가 제기한 여러 의혹들을 전체적으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신재민 전 차관에게 10년 가까이 10억원이 넘는 금품을 지원했으며 신 전 차관이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임 비서관 등에게 줄 상품권을 요구해 2008년 추석과 2009년 설에 5천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전달했다고 폭로했다.

이 회장은 또 박 전 차장의 일본 출장 때 SLS그룹 일본 법인을 통해 박 전 차장에게 400만~50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했으며, 2009년 SLS그룹이 워크아웃 위기에 처하자 지역언론인 출신 사업가 이모씨를 통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권재진 법무부 장관에게 구명청탁을 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박 전 차장은 전날 기자회견을 갖고 총리실 재직 당시인 2009년 5월 일본에서 SLS그룹 현지법인 간부와 우연히 동석한 사실은 있지만 “당시 술값은 10여년 지인인 강모씨가 계산했다. SLS그룹 측으로부터 어떤 명목의 접대·향응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