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메이트 살인 혐의 美 여대생 항소심서 무죄
2011-10-04 06:54
지난 2007년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룸메이트인 영국 여대생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26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미국인 여대생 아만다 녹스(당시 20세)에게 항소심에서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이탈리아 페루자 항소법원은 3일 밤(현지 시간) 녹스와 녹스의 애인이었던 이탈리아 남학생 라파엘 솔레시토(당시 23세)의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석방토록 했다.
이에 따라 녹스와 솔레시토는 4년 만에 자유를 찾게 됐다고 AP 등 외신들이 전했다.
미국 시애틀 워싱턴 대학에서 유학온 녹스와 컴퓨터를 전공한 애인 솔레시토는 지난 2007년 11월 같은 집에서 살던 영국인 여대생 메러디스 커쳐(당시 21세)를 살해한 혐의로 사건 발생 5일 만에 체포됐다.
영국 리즈대학에 다니다 교환 학생으로 페루자에 온 커쳐는 자신의 방에서 반나체로 목에 심한 상처를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현지 검찰은 솔레시토의 집에서 발견된 흉기에서 피해자의 혈흔과 녹스의 DNA가 동시에 검출된 점을 유력한 증거로 내세워 두 사람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녹스가 커쳐에게 애인 솔레시토, 또 다른 용의자였던 코트디부아르 출신 루디 구데(당시 20세) 등 4명이 함께 성관계를 가질 것을 요구했다가 싸움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커쳐가 살해된 것으로 결론내렸다.
구데는 재판에서 징역 30년형을 선고받은 뒤 추후 16년형으로 감형됐지만, 녹스와 솔레시토는 줄곧 범행 사실을 부인해왔다.
1심 법원은 지난 2009년 12월 살인과 성폭행 혐의로 녹스에게 징역 26년형을, 솔레시토에게 25년형을 각각 선고했지만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 항소했다.
1심 선고의 핵심 쟁점이었던 DNA 증거에 대해 재조사를 실시한 외부 전문가들은 항소심 재판에서 경찰의 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고, 이는 항소심 재판부의 무죄 선고를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날 열린 공판에서 녹스는 “나는 최악의, 가장 잔인한 상황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친구를 잃었다”며 “내가 저지르지 않은 일 때문에 인생을 망쳤다”며 눈물로 호소했다.
솔레시토 역시 “살아오면서 어느 누구에게도 해를 끼친 적이 없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판결이 나오자 녹스와 솔레시토는 변호인단과 가족들의 품에 안긴 채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솔레시토의 변호사인 줄리아 본조르노는 “우리는 이 순간을 4년 동안 기다려 왔다”고 말했다.
한편 항소심 재판부는 술집 주인 디야 패트릭 루뭄바가 살인을 저질렀다고 주장한 녹스의 명예훼손 혐의 부분에 대해서는 1심의 유죄 판결을 유지했다.
그러나 녹스는 명예훼손 혐의에 따른 3년의 형기를 이미 채운 상태다.
검찰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시애틀에서 재판 결과를 지켜보던 녹스의 지지자들은 살인 혐의에 무죄가 선고되자 “우리가 해냈다”, “그녀는 자유다”라며 환호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