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서울시가 마음대로 부분임대를 '지으라 마라' 하는 것은 사유재산을 침해한 과잉규제다”(개포주공1단지 조합원)

'부분임대'라는 돌뿌리를 만난 서울 개포지구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들이 단단히 화가났다. 포털사이트 투표를 통해 반대의견을 모으는가 하면 개포 1~4단지 조합연대 간담회도 개최한다.

3일 개포지구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각 추진위원회에 따르면 부분임대 도입을 반대하는 개포 주공 1~4단지 주민들은 오는 15일 이 문제와 관련해 전체 단지 조합장 및 조합원 간담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미 조합간 연대방식으로 현재 반대 서명을 받고 있다.

이들은 또 개포주공 조합원 전체 온라인 커뮤니티 '개포사랑카페'를 통해 부분임대 도입 찬반을 묻는 투표를 실시, 약 90.86%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커뮤니티에는 대부분 부분임대로 아파트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과 함께 사유재산 간섭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한 주민은 "그렇게 하고 싶으면 일단 법으로 강제해 모든 재건축·재개발에 적용하라"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시세 13억원인 아파트를 가진 사람들이 세 받는 집을 원하겠느냐"며 "부분임대를 만들어 집값만 떨어트린다"고 반발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6월 개포지구 제1종 지구단위계획 결정고시에서 부분임대 아파트를 도입하기로 하고, 그 비율을 주거전용면적 60~85㎡, 85㎡ 이상 세대수의 20% 이상 지을 것을 권장했다.

부분임대 아파트는 주거공간의 일부를 독립된 현관과 부엌, 화장실, 방으로 꾸며 세입자에게 임대할 수 있도록 설계된 주택이다. 서울시는 2008년 뉴타운 사업지역부터 부분임대를 도입, 최근 재개발사업지구 아파트까지 확대했다. 이어 재건축단지에도 이 형태의 주택을 건설토록 유도하기로 하고 첫 대상으로 개포지구를 택했다.

이는 기존 세입자의 정착률을 높이고, 전세난 및 1~2인 가구의 증가에 대비하는 한편 사회통합(소셜믹스)을 구현하기 위해서라고 서울시는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의 이 같은 계획으로 개포지구는 부분임대를 도입해야 한다. 다만 비율을 어느 정도로 정할 것인지는 추진위원회별로 주민들이 최종 결정하게 된다. 주민공람 이후 개포시영 아파트 단지는 시 의견을 그대로 수용해 전용 60~85㎡ 미만과 85㎡ 이상의 20%를 부분임대로 짓기로 했다. 그러나 개포주공 1·3·4단지는 전용 85㎡ 이상의 10%, 개포주공2단지는 전용 85㎡ 이상의 17.3%를 부분임대로 짓는 계획안을 내놨다.

개포사랑카페의 조합원 신모씨는 "서울시에서는 개포지구에 나이드신 분들이 많아 부분임대를 원할 것이라고 하는데 찬성하는 조합원은 전체의 채 5%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시가 정한 정책적인 권장사항을 반영하지 않을 경우 구역지정이 지연될 수 있어 10% 이상을 권장한 바 있지만 강제한 사실은 없다”며 "주민들의 제안서대로 서울시 심의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재개발·재건축 정보업체 예스하우스의 이승준 본부장은 "조합원들의 사유재산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충분히 반대할 수 있는 입장"이라며 "주민들 반대로 재건축 추진 속도가 더 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