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美 등급 강등 전 채권투자자들과 회의"
2011-09-07 18:31
WSJ "S&P, 블랙록·핌코 등과 비공개 회의"
(아주경제 이지은 기자)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지난달 6일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기 몇 주 전에 주요 채권투자자들과 잇따라 비공개회의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S&P는 지난 7월 중순 미국을 '부정적 관찰대상'(credit watch)에 올리고, 미국의 신용등급이 90일 이내에 강등될 확률이 50%라고 밝혔다.
당시 회의에 참석하거나 회의 내용을 전달받은 사람들에 따르면 S&P 임원들은 미국의 신용등급이 '부정적 관찰대상'에 포함된 몇주 후 금융그룹 알리안츠의 계열사 핌코와 뮤추얼펀드 회사 TCW그룹, 웨스턴에셋매니지먼트,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 대형 채권 회사들을 차례로 방문했다.
웨스턴에셋의 스테판 왈시 투자책임자(CIO)는 "당시 S&P 임원들이 7월20일 웨스턴에셋과 모임에서 '부정적 관찰대상'에 오른 회사들의 70~75%가 실제로 신용등급이 강등됐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나중에 모임에 관해 설명을 들은 왈시 CIO는 "웨스턴에셋 임원들이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50%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그 모임을 통해) 확신했다"면서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모임이었다"고 묘사했다.
하루 전인 7월 19일에 열린 블랙록 대표들과 S&P 임원들간의 회의에선 일부 참석자들이 "미 의회가 4조 달러의 적자를 줄이는 장기계획에 합의하지 않으면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정말 강등할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일부 채권 투자자들은 미국의 신용등급이 부정적 관찰대상에 포함됐을 때만 해도 1941년 이후 최고 수준을 유지해온 신용등급이 실제 강등될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었지만, S&P와 회의를 통해 자신들의 전망을 바꿨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존 피커크 S&P 대변인은 "그런 분석은 투자자와 정책입안자, 언론 등 시장 참가자들과 정기적 접촉을 통해 이뤄진다"면서 지난 5월에도 S&P는 '부정적 관찰대상'에 포함된 국가들의 72%는 평균 7주 안에 신용등급이 강등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고 반박했다.
WSJ는 일부 투자자들에게 S&P 임원이 사전에 발표된 국가신용등급 강등의 확률을 다시 언급한 것은 중요한 시그널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TWC 임원들과 웨스턴에셋 측은 S&P와의 회의 내용에 근거해 거래하지 않았다고 해명했고, 다른 회사들은 회의에 관해 언급하기를 거부했다.
S&P 임원들은 채권 투자자들과 비공개회의에서 유럽의 부채 위기와 같은 다른 국가부채 이슈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대부분의 미국 회사들과 달리 '게이트 키퍼' 역할을 하는 신용평가사들은 몇몇 선택된 투자자들과 사적인 토론을 하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자유재량을 가지고 있다며 S&P 임원들이나 채권 투자자들이 규제를 어겼다는 조짐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신용등급의 변화가 있을 때까지 '부적절하게 전파'되는 것을 막도록 하는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