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신용거래 이자놀이ㆍ투기조장 논란
2011-09-04 17:18
(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 신용거래 이용을 꾸준히 늘리면서 업계 경쟁도 과열돼 이자놀이ㆍ투기조장 논란을 심화시키고 있다.
신용거래 빈도가 높은 증권사는 융자 기간이 짧을수록 높은 이자를 받아 단기매매 위주인 개인 투자자로부터 이자 수익을 늘리는 데 주력해 왔다.
반면 경쟁사는 이런 투자자를 흡수하기 위해 융자 기간이 짧을수록 이자를 덜 받는 영업 방식을 취해 경쟁 과열 속에 논란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업계 신용융자ㆍ미수거래 잔액은 7월 말 현재 6조3302억원으로 전년 같은 때 4조9840억원보다 27.01% 증가했다.
2008년 말에 비해서는 320% 이상 늘어나면서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사 이자 수익은 7월 말 잔액 기준으로 이자율을 8%로 잡을 경우 연간 5000억원 이상이다. 현재 업계 신용융자 이자율은 보름간 빌렸을 때 평균 7.9%다.
업계는 전반적인 영업부진으로 줄어든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신용융자를 통한 이자수익 확대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국내 증권사 순이익은 2010 회계연도 들어 전년보다 5% 가까이 줄어든 반면 신용융자이익은 같은 기간 30% 이상 늘었다.
신용융자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커지면서 증권사 간 이자정책을 통한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증권사 대부분은 융자 기간을 늘릴수록 이자율도 같이 높아진다. 이런 경우 장기투자보다는 단기매매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투자증권은 보름 이내인 경우 5.9%를 이자로 받는다. 16~30일까지 7.5%, 31~60일 8.5%, 60일 초과시는 9.0%다.
반면 융자 기간이 짧을수록 이자율을 높이는 회사도 있다. 이런 회사는 단기매매 위주인 개인 투자자 성향을 이용해 이자놀이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KB투자증권은 보름 이내에는 11.7% 이자를 받는다. 이후 16∼30일 9.7%, 31∼60일 8.7%, 60일 초과시 7.7% 식으로 꾸준히 줄어든다. 키움증권도 마찬가지다. 보름 이내 12%부터 16~30일 10%, 이후 9%를 받는 식으로 꾸준히 이자가 내려간다.
업계 관계자는 "레버리지(신용)를 사용해 주식을 매매하는 개인 투자자는 짧으면 하루, 길어도 일주일 안에 거래를 정리한다"며 "이런 투자자에게는 융자 기간이 짧을수록 높은 이자를 받을 경우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반대로 초기에 낮은 이자를 받을 경우에는 치고 빠지는 단타매매를 부추길 수 있다"며 "단기 이자율을 낮추면 부담을 덜어줄 수 있겠지만 투기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시황 부진으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증권사가 신용융자를 통해 만회에 나서고 있다"며 "이자놀이나 투기조장 소지가 있다면 당국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