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주간전망> ‘버냉키의 입’ 주목
2011-08-21 09:58
투자자들은 언제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란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4주 연속 하락세를 보인 뉴욕증시는 이번주(8.22∼26)에도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연례행사인 잭슨홀 미팅(26일)을 기다리면서 여전히 변동성이 강한 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다만, 주말을 앞두고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3차 양적완화(QE3)라는 강력한 처방전을 내놓는다면 분위기가 급반전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주에 다우지수는 4% 하락했고 S&P 500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도 각각 4.7%와 6.6% 떨어졌다.
미국의 더블딥(이중침체) 우려와 유럽의 재정위기, 세계 경제의 저성장 공포 등 투자자들을 불안에 떨게 한 핵심 요소들 가운데 어느 것도 제대로 안전핀을 제거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지난주의 경우 초반에는 분위기가 괜찮았다. 미국 신용등급 하락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한 주를 보냈던 탓에 시장에는 강한 반발매수세가 생겼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낙관론이 감돌았다.
구글과 타임워너케이블, 카길 등이 발표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인수합병(M&A)이 불쏘시개 역할도 했다.
그러나 주초 잠시 반등했던 다우지수는 주말이 가까워지면서 다시 한번 급전직하했다.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미국과 유럽 경제가 침체에 다가서고 있다며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4.2%에서 3.9%로, 내년 전망치는 4.5%에서 3.8%로 각각 낮춘 것이 직격탄이었다.
때맞춰 발표된 경제지표들도 투자자들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미국의 고용지표와 주택시장 상황, 동부 지역의 제조업 지수 등 어느 하나도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앞서 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프랑스와 독일 정상의 회담 결과도 실망스러웠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6일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 유로존 위기 대응 강화방안을 논의했으나 유로채권 발행 문제에 대해 원론적 입장만 확인했을 뿐 합의는 이끌어내지 못했다.
유로존의 성장률은 둔화됐다. 특히 유로존 최대 경제 대국이자 1분기에 1.3% 성장하며 승승장구했던 독일의 성장률은 2분기에 0.1%로 급락했고 같은 기간 프랑스는 제로(0) 성장을 했다.
주말을 앞둔 투자자들은 리스크(주식 보유) 대신 안전(주식 매도)을 택했다.
유럽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한 상황에서 주말에 또다시 무슨 악재가 터질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리스 등 취약 국가의 국채를 많이 보유한 은행권이 주말에 ‘사고’를 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컸다.
글로벌 증시의 폭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세계 경제의 운명을 놓고 더블딥이냐 아니면 ‘소프트패치’(일시적 어려움)냐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유럽 재정위기와 미 신용등급 강등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커졌지만 더블딥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낮다는 쪽이 우세하다.
물론 그렇더라도 불확실성의 터널에서 탈출할 시기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채무한도 협상 타결과 신용등급 강등으로 더 이상 쓸만한 정책수단이 없는 상황이고, 유럽도 장기화되고 있는 재정위기에 투자자들을 달랠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에 투자자들은 버냉키 의장이 26일 양적완화 조치에 관해 강한 암시를 던져주기를 학수고대한다.
그는 지난해 2차 양적완화(QE2) 구상을 이 회동에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부채협상을 타결한 지 한 달도 안 되는 미국이 당장 새 경기부양책을 내놓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훨씬 우세하다.
이번주에는 주요 경제지표에 따라 증시가 일희일비할 여지가 있다.
23일 신규주택 판매와 리치먼드 연준의 기업활동지수가 공개되고 내구재 주문과 원유 재고(24일), 주간 고용지표와 미 농업부의 식료품 가격 전망(25일),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치와 소비자 심리지수(26일) 등도 잇따라 발표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