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총리, 폭동 강경대응 주문…비판 잇따라

2011-08-14 14:26
인권단체 "강경책, 또다른 문제 양산"<br/>연립정부 인사·경찰 내부서도 비판

(아주경제 이지은 기자)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사진)가 경찰에 폭동에 대한 '무관용(zero tolerance)' 대처를 주문하는 등 정부 당국이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자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13일(현지시간) 영국 선데이 텔레그래프와 한 인터뷰에서 경찰이 거리 폭동에 대해 사소한 범법행위도 강력하게 처벌하는 '무관용' 대처를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는 폭동에 가담한 시민들을 공공 임대주택에서 내쫓고 경찰에게 얼굴을 가린 복면이나 후드티, 모자를 벗도록 명령하는 권리를 부여하며 필요하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소셜미디어서비스를 일시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트위터와 페이스북, 블랙베리 생산업체인 '리서치인모션(RIM)' 관계자들이 조만간 영국 내무부에서 정부의 우려 사항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영국 정부는 또 리서치인모션으로부터 블랙베리 사용자에 대한 정보를 받아 폭도의 신원을 확인하고 체포하는 데 활용할 방침인데 일부에서 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는 영국 정부의 블랙베리 사용자 정보 활용이 질서 회복에 기여하기보다는 '불필요한 선례'로 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이날 성명을 내서 이같이 밝히고 블랙베리 사용자의 개인정보 보호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캐머런 총리가 '재스민 혁명'이 발생한 아랍 국가들의 독재자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까지도 나오고 있다.

인권단체 '리버티'의 이사벨 산키 정책국장은 "최근 며칠간의 상황을 생각하면 정부의 새로운 강경 대응책도 이해할만하다"면서도 "그러나 이런 강경대응이 문제 해결보다 또 다른 문제를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폭도에 대한 공공 임대주택 퇴출 방침에 대해서는 연립정부 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보수당과 함께 연립정부에 참여 중인 자유민주당의 사이먼 휴 부당수는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의 일요판 '옵서버' 기고문을 통해 "정치권이 충동적인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면서 "폭도들이 공공 임대주택에서 쫓겨난다면 거리의 폭동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캐머런 총리가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경찰 수장을 역임한 빌 브래턴에게 폭동 진압에 대해 자문하기로 한 방침에 대해 인권단체뿐만 아니라 경찰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경시청의 폴 델러 경관은 "미국 경찰은 폭력으로 질서를 유지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면서 "관할 구역의 질서를 어떻게 유지할지는 그 지역 경찰이 5000마일(약 8000㎞)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브래턴)보다 훨씬 잘 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