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속철 사고 ‘후폭풍’

2011-08-12 14:14
고속열차 전면 리콜, 철도기업들 증자계획 무기한 연기, 고속철 사업 잇따라 차질 빚어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 원저우(溫州) 고속철 추돌 사고 이후 중국 고속철 산업 발전이 대대적인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달 23일 중국 원저우 고속철 추돌 사고로 40명이 사망하고 190여명이 부상을 당하면서 중국이 수천 억 달러를 들여 추진하고 있는 고속철 산업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

중국은 본래 2020년까지 총 3000억 달러를 들여 1만6000km 길이의 고속철을 전역에 깔 예정이었다.

중국 21스지징지바오다오(21世紀經濟報道) 보도에 따르면 중국 고속철 제조업체인 중궈베이처(中國北車ㆍCNR)는 12일 징후(京滬 베이징~상하이) 고속철에 납품한 자사의 CHR380BL형 열차 54대를 리콜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고속철을 리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궈베이처는 고장의 원인을 분석해 품질과 안전을 보장하려는 것이라고 사유를 밝혔다.

이에 앞서 중궈베이처는 CHR380BL형 열차가 최근 철도 당국에 인도되는 과정에서 갑자기 동력을 잃고 멈춰서는 사고가 세 차례 연속 발생하자 사고 원인을 규명한다며 남은 인도분 17대의 납품을 일시 중단한 바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철도부는 과거 CHR380BL형이 시범 운행 당시 사상 최고 속도인 시간 당 487.3km을 기록하자 최고의 고속열차라며 극찬한 바 있다.

이번 중궈베이처의 열차 리콜로 징후 고속철 배차 횟수는 매일 88차례에서 66차례로 4분의 1가량 줄어들게 됐다.

11일에는 중국 최대 철도건설 기업인 중궈중톄(中國中鐵 CRG)가 본래 예정된 62억4000만 위안(한화 약 1조원) 규모의 주식발행 계획을 잠정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회사 측은 “중국 거시경제 정책 방향 전환에 따라 계획을 보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고속철 건설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자산 건전성이 우려되면서 계획이 보류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철도관련 기업인 중궈난처(中國南車 CSR)는 본래 이번 달 5일로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 날짜를 다음 달 29일로 미루고 증자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중국 국무원도 지난 10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주재로 열린 상무회의에서 신규 고속철 사업 승인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으며, 현재 운행 중인 고속철의 운행속도도 낮추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중국 고속철 사업 투자가 전면 위축되고 있는 것에 대해 한 사모투자 업계 관계자는 “향후 고속철 사업 시공기간이 연장되거나 최악의 경우 사업 계약 자체가 아예 무효화 될 수 있다”며 “이는 고속철 관련 상장기업에 악재로 다가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한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고속철 열차 납품 입찰도 무기한 연장될 것이라는 건 이미 업계에 공공연히 퍼진 사실”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