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 또 다시 '술렁'

2011-08-11 19:12

(아주경제 차현정·강정숙 기자) 한반도가 또 다시 술렁인다. 북한군이 지난 10일 서해 북방한계선 쪽에 해안포를 발사, 우리 군이 대응사격에 나서면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새삼 재확인시켰다. 북한은 포격이 아니라 발파작업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억지 주장’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11일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지난달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남북 간 비공식 접촉이 이뤄지면서 한반도 정세의 변화조짐이 시작됐다. 아울러 북미 간 전격적인 회동이 이뤄지면서 한반도는 대화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그러나 북한군의 이번 도발을 계기로 김관진 국방장관의 북한에 대한 단호하고 강경한 태도가 그동안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했다는 이른바 ‘김관진 효과’는 그 효력을 다했다는 평가다.
 
 김철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도발과 대화 공세를 배합한 전략적 전술을 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과거 남한과 북한 주민들을 위한 선동적 전략을 썼다면 이제는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선동적 기획도발을 단행, 전면 비화해 남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끔 하려는 꼼수”라는 게 김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북측의 도발이 남측의 오판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의도된 도발이었다면 공식해명은 없었을 것이란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 교수는 “북한이 해명에 나선 것으로 볼 때 한반도 분위기를 깨려는 의도는 없는 것으로 본다”며 “북미 간 대화 과정에 있는 현 상황에 의도적으로 긴장을 조성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의 서해 포 사격에도 불구하고 대북 인도적 수해지원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등 기존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앞서 미국 정부가 북한의 충돌 자제를 촉구하면서도 대화재개 움직임을 계속 해나갈 것임을 밝힌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 교수는 “만일 이번 사건이 북측 포석이 깔린 도발이었다면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필요성을 국제사회에 부각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6일부터 한미 양국 군이 실시하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담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김 교수는 “우리 정부가 국방태세에 있어 객관적이면서 신중하고 정확한 사실로 대응해야 한다. 과민한 대응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해프닝이든 실제든 6자 재개 흐름 속 군사적 긴장감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이날 긴장상태에 놓인 남북 당국의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 총장은 “유엔의 대북 제재는 해제될 수 있다.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 제재가 해제될 수 있으므로 제재에도 대화는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