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브리엄 Vs 미국 리드…치열한 친환경 건축 경쟁

2011-08-10 18:12
일본·프랑스 등도 독자적인 인증제도 개발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최근 세계 각국이 친환경 건축물 제도를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환경 오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친환경 건축물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선진국들은 각국 사정에 맞는 독자적인 인증체계를 이미 지난 1990년대부터 마련해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친환경 건축 선진국을 중심으로 인증 제도의 세계 표준화를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영국의 브리엄(BREEAM)과 미국의 리드(LEED)의 경쟁이다.

영국건축연구소(BRE) 주도로 1990년도에 개발된 브리엄은 이미 유럽을 중심으로 27만개 이상의 빌딩이 등록돼 있을 정도로 보편화돼 있다. 브리엄 AP라는 자격증도 만들어 친환경 건축물의 건설 초기 단계부터 전문가가 참여해 브리엄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 2008년에 네덜란드가 미국의 리드 대신 브리엄을 자국의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로 선택하고, 2009년부터 프랑스의 친환경성 인증기관인 CSTB와 협력을 확대하는 등 브리엄의 유럽 내 영향력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유럽 이외 다른 지역에서 브리엄의 영향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브리엄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고는 해도, 늘어나는 전세계적인 친환경 건축 수요를 뒷받침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브리엄이 주춤한 사이 미국의 리드는 빠르게 북미권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그린빌딩협회(USGBC)가 개발한 리드는 건축주와 시공사에 친환경 빌딩 건설을 위한 여러 단계에서 명확한 틀을 제공한다. 특히 건물의 목적에 크게 상관없이 유연한 적용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리드의 인기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이는 국내에 미국에서 유학한 건축학 전문인력이 많고, 대규모 건설 공사에 미국 기업의 참여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이밖에 중동과 중국 지역에서도 갈수록 많은 건물들이 리드 인증을 취득하고 있다.

영국과 미국의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뿐 아니라 일본,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도 각자 자국 사정에 적합한 인증 제도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이중 일본이 지난 2005년부터 사용하고 있는 캐스비(CASBEE)는 아시아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다. 미국 리드가 우리나라와 중국에서와는 다르게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특히 캐스비는 건물의 환경성능을 종합적인 관점에서 평가하는 것이 특징으로 나고야, 오사카, 요코하마, 가와사키 등 일본 내 주요 대도시에서는 대형 건물을 지을 때 받드시 캐스비에 의한 평가를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개발 시점은 영국과 미국에 비해 10년 정도 늦었지만, 이산화탄소 감축 부문을 강화하고 도시 계획 차원에서 친환경성을 평가하는 등의 장점으로 빠르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토해양부와 환경부가 공동으로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GBCC)를 운영하며 세제 및 용적률 등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지만, 최근 미국의 리드에 조금씩 자리를 내주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