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신용등급 강등 美 '국채 랠리' 왜?
2011-08-09 08:52
“지불능력 탄탄 안전자산”수요 여전히 많아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한 가운데 미 국채는 '안전자산' 수요에 힘입어 랠리를 펼치고 있어 주목된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2.33%로 2009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년물과 3년물 수익률도 각각 0.23%, 0.38%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채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이 떨어졌다는 것은 수요가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다.
최근 6개월 10년(검은색)-3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 등락률(출처 월스트리트저널) |
마이클 슈마허 UBS 투자전략가는 "미 국채가 비교적 저위험 자산이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 세계 경제의 성장세 둔화와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도 미 국채 수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스위스 중앙은행이 해외 자금 유입에 따른 스위스프랑화값 급등을 막기 위해 최근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하는 등 위기 대처에 나선 것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풍부한 유동성도 투자자들이 미 국채를 선호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당장 살 수 있는 미 국채는 9조 달러 어치에 달한다. 아울러 시장에서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에도 불구, 미 국채에 대한 투매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점치고 있으며, 등급 강등은 이미 예상됐던 일이라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슈마허는 "시기상의 문제였지 채권시장에서는 수개월 안에 미국의 신용등급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했었다"며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충격은 주식시장에서 훨씬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시장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미국의 최고 신용등급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CDS는 유사시 채권의 부도 위험을 헤지하는 파생상품으로 CDS 프리미엄은 채권의 부도위험을 반영하는 데 미 국채의 CDS 프리미엄은 2009년 초 이미 투기등급(정크) 직전의 기업 수준으로 급등했다.
이날 5년 만기 미 국채의 CDS 프리미엄은 57베이시스포인트(bp·1bp는 0.01%포인트)로 평소 수준을 유지했다. 오티스 케이시 마킷 신용리서치 부문 이사는 "CDS시장은 한동안 미국의 신용등급을 'AA'로 간주해왔다"고 말했다. 미 국채의 CDS 프리미엄은 금융권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 필요성이 제기된 2007년 말까지 2bp를 밑돌았지만, 이후 구제금융에 따른 미 정부의 재정 부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프리미엄이 급등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로이터는 미 국채의 랠리에도 불구하고, 10년물과 30년물의 수익률 차이(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있는 데 주목했다. 10년 만기와 30년 만기 미 국채의 스프레드는 지난 주말 128bp에서 이날 132bp로 커졌다. 로이터는 미국 재정에 대한 장기적인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이런 우려는 투자자들의 보상심리를 자극해 이번주 수백억 달러 어치의 국채를 발행하는 미국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미 재무부는 9일 3년 만기 국채 320억 달러 어치를 입찰에 붙이고, 이튿날 10년물 240억 달러 어치, 11일에는 30년물 160억 달러 어치를 각각 발행한다. 슈마허는 이번 국채 입찰이 시장을 시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