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ㆍ피치도 美 등급 강등 동참할까

2011-08-07 15:50
"S&P 뒤따르지 않을 것" 전망 우세

(아주경제 이지은 기자)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5일(현지시간)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하자 S&P와 함께 3대 신용평가사로 꼽히는 무디스와 피치도 줄줄이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동참해 파장을 키울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무디스와 피치가 S&P의 뒤를 따를 경우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소비나 투자에 사용돼야 할 막대한 자금이 이자 지급으로 돌려져 경기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 그러나 무디스와 피치가 미국 신용등급을 낮출 가능성은 아직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무디스와 피치는 미국 재정 문제에 대해 S&P와는 미묘한 차이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3대 신용평가사들 중 가장 영향력이 큰 S&P는 미국 재정 문제를 유독 부정적으로 평가해왔다.

S&P는 지난 4월18일 미국 정부가 재정적자를 해결할 만한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며 미국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일찌감치 하향 조정했다.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 강등도 S&P에 의해 사상 처음 일어난 일이었다.

S&P는 지난달에도 미국 정치권의 부채 한도 조정 협상이 난항을 겪자 미국이 3개월 안으로 신용등급 'AAA'의 지위를 상실할 가능성이 적어도 50%에 이른다고 경고한 바 있다.

반면, 무디스는 지난달 13일 미국을 신용등급 '부정적 관찰 대상'에 포함시켰지만 부채 한도 조정 협상이 타결되자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미국의 'AAA' 등급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피치도 지난 6월부터 시작된 미국 신용등급 재검토 작업이 이달 말 끝날 것이라며 미국의 신용등급을 일단 'AAA'로 유지했다.

물론 무디스와 피치도 미국 의회가 재정적자를 축소할 법안을 내놓지 못하거나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경우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무디스와 피치가 당장 미국 신용등급을 낮춰 불안감을 확산시키는 데 동참하지는 않을 것으로 시장은 전망하고 있다.

S&P는 미국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할 프로그램이 없다는 이유로 신용등급을 내렸지만, 무디스와 피치는 민주ㆍ공화 양당이 재정적자 해결을 위한 합의를 일단 도출한 점에 의미를 뒀기 때문이다.

앞서 스티븐 헤스 무디스 애널리스트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미 상원에서 통과된 부채 상한 증액법안에 지난 2일 서명한 데 대해 "연방정부의 재정적자와 부채 감소를 위한 첫 단계"라고 평가했다.

데이비드 릴리 피치 애널리스트도 이에 대해 "미국이 직면한 회계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첫 단계일 뿐"이라면서도 "중기적으로 미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은 있지만 단기적으로 강등 위험은 높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