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남북경협…8·15 경축사 물꼬트나

2011-08-03 18:32

(아주경제 차현정 기자) "20년 넘게 정부의 대북정책을 신뢰해온 남북경협 업체들이 고사(枯死) 위기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책임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제대로 된 정부가 아니죠."
 
남북경협경제인협회 초대 회장을 역임한 안동대마방직 김정태 회장은 3일 "정부는 남북경협 단절조치가 적절하지 못했음을 스스로 반성하고 대북기조와 관련해 전반적으로 재점검해야 할 시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대북 경협사업에 대한 뚜렷한 정책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 우리 기업들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최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산하 남북경협피해실태조사단이 남북경협 업체에 대해 실사한 남북경협 실태보고서에 의하면 현 정부 들어 지난해까지 3년간 남측 기업이 입은 직접적 경제손실만 45억8734만 달러, 약 4조839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생산·고용유발 효과 등 간접적 경제손실까지 더하면 그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2009년 800여곳에 달했던 대북 일반교역업자와 위탁가공업체는 폐업이 속출해 현재는 500곳도 채 안 된다. 대부분 자금여력이 없어 도산 지경에 이르렀다.
 
반면 북측의 손실 추정액은 8억8384만 달러, 약 9324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정부의 대북 압박을 목적으로 한 정책에 오히려 남측 경협 업체만 피해를 본 셈이다.
 
통일부가 5.24 조치 1주년을 맞아 이들 업체에 대한 남북협력기금 대출 상환유예를 검토하는 등 조치에 나섰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결국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만이 답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장희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8·15 광복절을 앞두고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는 상황"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기조 전환이 요구된다. 모호한 법적 성격을 가진 5·24 조치가 과연 과거 남북관계의 합의사항을 깰 수 있는 것인지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정부의 남북경협 피해기업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며 '대북기업에 대한 정부의 제도적 보호장치가 법제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앞서 금강산관광 투자업체, 북한 내륙교역업체, 개성공단 입주예정기업 등으로 분류된 남북경협 10여개 업체는 지난달 정부를 상대로 '공동대응' 방침을 밝혔다.
 
남북경협국민운동본부 관계자는 "당초 이들이 대정부 소송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정부의 태도 변화를 주시한 뒤에 판단키로 했다"고 말했다. 오는 15일 이명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 등에 기대를 걸고 일단은 관망한다는 자세다.
 
통일부 관계자는 "5·24 조치는 적법한 절차를 거친 만큼 문제 없는 조치"라며 "업체들의 소송은 업체가 판단할 문제로, 아직까지 정부에 입장을 취해온 것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