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등급 강등 리스크 여전"

2011-08-03 08:39
피치, 美 트리플A 등급 강등 또 경고<br/>무디스도 재정취약 우려 전망 '부정적'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미국의 부채한도 증액 합의안에 대한 입법화 작업이 마무리됐지만,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 우려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부채협상 과정에서 정치권의 취약한 리더십이 여실히 드러났고, 국가 신뢰도는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특히 재정감축 계획은 규모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칠 뿐 아니라 내용도 불투명해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미국의 '트리플A(AAA)'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데이비드 라일리 피치 국가 신용등급 부문 책임자는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가진 전화회견에서 "미국 정치권이 부채협상에서 합의를 이룬 것은 재정문제를 다루는 시작이 될 수 있지만, 첫 단계에 불과하다"며 "이번 합의가 중기적으로 미국이 'AAA' 등급을 지키게 됐다는 의미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번 합의가 신용등급 측면에서 특효약이 되지는 않아도 미국이 가까운 시기에 피치로부터 'AAA' 등급을 박탈당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피치는 이날 낸 성명에서 이번 합의안이 이날 상원을 통과하면서 미국이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가능성을 차단했지만, 이달 말까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대한 검토를 마치겠다고 밝혔다. 강등 여지가 아직 남아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성명은 "재정적자와 부채를 줄이는 데 따른 경제적 역풍 속에서도 미국은 세금과 지출을 놓고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피치는 지난 4월 미국의 공공부채가 내년에는 'AAA' 등급을 가진 나라 최고인 국내총생산(GDP)의 100%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디스도 이날 미국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하며 등급 강등 가능성을 열어뒀다. 무디스는 이번 합의로 미국이 장기적인 재정 건전화를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면서도, 재정이 더 취약해지고 경제 전망이 악화될 수 있다며 미국의 트리플A 등급을 유지하되 전망은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한편 JP모건체이스는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미국의 자금 조달 비용이 연간 1000억 달러씩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국채 수익률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의미로 미 국채 수익률이 오르면 여기에 연동돼 있는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비롯한 시중금리도 올라 미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