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기 불안감, 세계 경제 먹구름

2011-08-02 15:33
글로벌 제조업 경기 둔화…'스태그네이션'<br/>美 부채협상안 재정감축 연쇄 충격 불가피

JP모건 글로벌 PMI 추이(출처 ISM)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미국이 부채한도 증액 협상을 타결지으며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위기를 넘겼지만, 세계 경제 전망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부채협상 타결에 따른 재정지출 감축이 미 경제에 타격을 줘 세계 경제를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세계 경제 회복을 주도해온 제조업 경기가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간) 글로벌 제조업 경기의 회복세가 활력을 잃으면서 세계 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은 게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날 유럽과 미국 증시는 백악관과 의회의 부채협상 타결 소식에도 반등에 실패했다. 이날 나온 미국의 제조업 관련 지표가 악화되면서 향후 경기전망을 불투명하게 한 탓이다.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구매관리지수(PMI)지수는 50.9로 전월에 비해 4.4포인트 추락했다. 2009년 7월 이후 최저치다.

앞다퉈 나온 일본(52.1) 중국(50.7) 인도(53.6) 유로존(50.4)의 PMI도 오름폭이 제한되거나 위축돼 우려를 부추겼다. 지수가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 국면을 의미하지만, JP모건이 내는 글로벌 PMI는 7월 50.6으로 한 달 만에 1.7포인트 떨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지역의 제조업 경기가 악화된 것은 긴축정책 탓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인민은행은 물가상승 압력을 감안해 하반기에 긴축강도를 강화할 기세다.

조지프 럽튼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 제조업 경기가 지난달 스태그네이션(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단기적인 회복 기대감도 신규 주문 감소로 타격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미국의 신규 주문 지수는 49.2로 전달에 비해 2.4% 밀렸다.

이런 가운데 불거지고 있는 미국의 더블딥(이중침체) 우려는 세계 경제 전망을 더 어둡게 하고 있다. 앞서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3%에 그쳤고, 당초 1.9%로 발표된 1분기 성장률도 0.4%로 하향조정됐다. 전문가들은 3%대의 성장 없이는 고용시장이 정상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미국의 부채협상 타결 소식도 더블딥 논란에 불을 지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 프린스턴대 교수는 이날 뉴욕타임스(NYT) 칼럼에서 "부채협상 타결은 오히려 재앙"이라고 일갈했다. 협상안에 포함된 2조4000억 달러 규모의 재정감축이 아직 부양이 필요한 미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다.

'월가의 족집게'로 통하는 저명 애널리스트 메레디스 휘트니도 이날 CNBC와의 회견에서 "미 연방정부의 지출감축으로 주(지방)정부의 재정압박이 계속되면서 더블딥 조짐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규모 지출감축은 거시경제 여건은 물론 고용, 소비, 기업 등 미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연방정부의 재정위기가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지만, 주정부의 상황은 개별적으로도 매우 심각한 상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