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넥센 손해' 넥센-LG 트레이드, 정말 현금이 끼지 않았을까?

2011-08-01 17:20
'누가 봐도 넥센 손해' 넥센-LG 트레이드, 정말 현금이 끼지 않았을까?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3시간 앞두고 LG는 투수 심수창(30)과 야수 박병호(25)를 내놓고 넥센은 투수 송신영(34)과 김성현(22)을 주는 깜짝 트레이드가 발표됐다. 대다수 야구팬의 관심은 "이번 트레이드에 결코 현금은 오가지 않았다고 하는데 진짜로 현금이 하나도 오가지 않았던 트레이드인가?"라는 점이다.

LG와 넥센 모두 "현금 거래는 결코 없었다"고 잡아뗀다. 하지만 두 구단의 말이 사실이라면 넥센 히어로즈는 '손해보는 트레이드'를 진행하고도 당당한 야구단이라는 사실을 자인하는 것과 다름없다. 향후 선수 활약에 따라 넥센은 '한국 프로야구 선수 트레이드 사상 최고 호구'의 사례로 기록될 지라도 아무 할 말 없는 경우인 것이다.

▲심수창(왼쪽), 송신영 [사진 = LG트윈스, 넥센히어로즈]

◆성적 봐도 미래를 생각해도 무조건 LG의 이득

'송신영+김성현' vs. '심수창+박병호'.

이번 트레이드는 표면상으로 2대2 트레이드의 방식이지만 결국 송신영과 심수창의 교환이다.

송신영은 올해 43경기에 등판해 마무리 손승락이 어깨 부상으로 경기에 나오지 못할 때 넥센 뒷문을 완벽히 지키며 '3승 1패 9세이브 7홀드(평균자책점 2.36)' 성적을 올렸다. 특히 4월에 거둔 성적은 '1승 7세이브(평균자책점 0.69)'로 수준급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며 4월의 완벽한 성적을 내진 못했다. 그러나 올해 전체 성적을 봐도 송신영 수준의 투수는 흔하지 않다. 특히 이 정도 투수를 트레이드 시장에 낼 팀 찾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김성현은 송신영에 비해서는 가치가 떨어진다. 그렇지만 '송신영과 비교 시' 그렇다는 의미이다. 김성현은 올해 16경기에 선발 등판하며 '3승 5패(평균자책점 5.38)'의 성적을 올렸다. 강속구를 뿌리는 데다 아직 적은 나이로 유망주라 불릴 만 하다.

반면 심수창은 현재 17연패로 '대한민국 프로야구 역대 최다 연패'의 신기록을 꾸준히 경신 중이다. 승운이 없어 패배를 기록했던 경우도 물론 있지만 '6패(평균자책점 5.03)'라는 그의 성적과 투구 내용은 팀의 타선과 수비의 탓만 하기에는 너무 긍정적 평가다.

박병호는 '만년 유망주'라는 평가를 꾸준히 들었다. 성남고 시절 '4연타석홈런'을 기록하며 많은 야구팬들을 설레게 한 끝에 2005년 신인 1차지명을 받고 LG에 입단했다. 그렇지만 그가 이제껏 올린 성적표는 '타율 1할9푼, 25홈런, 84타점' 뿐이다. 물론 '매년 평균 성적'이 아닌, 그가 프로에 데뷔한 이래 통산성적이다. 박병호에게 가혹할 수도 있는 말이나 '넥센에 이런 타자가 현재도 많다'라는 세간 평가가 과하지 않다.

실제 상당수 넥센 팬들은 이러한 각종 정황을 들며 "'돈이 끼어있지 않다'는 발표는 거짓말" 이라며 구단과 이장석 구단주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트레이드는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야만 가능하다'는 진리에도 이번 트레이드는 너무 어긋났다.

▲목동야구장 [사진 = 넥센 히어로즈 제공]

◆돈이 필요한 넥센이 '내년 FA가 되는 송신영'을 순순히 포기한 걸까?

'넥센이 돈이 절실한 팀'이다는 것은 야구를 조금이라도 봤다면 생각했음직 할만한 명제다. 설령 그것이 사실이 아닐 지라도 말이다.

그런데 넥센은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송신영을 포기했다. 대형 기업집단을 끼고 운영하는 여타 야구단과 다른 형태로 운영 중인 넥센이 과연 송신영의 포기가 가능한가? 그의 현 상황을 살피면 팬들의 의심도 꽤 신뢰있게 보여진다.

송신영은 2011년 시즌이 끝나면 드디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송신영이 올해 받는 연봉은 2억5000만원. 송신영이 넥센이 아닌 다른 구단과 계약한다 가정하면 넥센은 야구규약 164조에 담긴 FA 규정에 의거해 '보상금 7억5000만원'이나 '보상금 5억원 및 송신영 영입 팀에서 정한 20명의 보호선수를 제외한 보상선수 1명'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넥센이 조금 기다리면 '최소 5억원'의 보상금을 손에 쥘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이는 송신영이 FA의 시점에 이적한다는 전제가 실제 실현됐을 경우만 해당된다)

물론 LG의 선수 상황을 살피면 LG가 제시할 20명의 보호선수 명단에 넥센이 2억5000만원을 포기한 댓가로 받을 수 있는 선수가 심수창 수준인 지 장담할 수 없다. 선수를 받는 결정을 한다는 전제 하에 넥센이 손해를 볼 경우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심수창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연패의 국가 기록을 매번 늘리는' 불운의 선발투수다. 

대다수 야구팬들은 "심수창이 송신영과 비교해 나은 점은 얼굴 뿐"이라며 "심수창은 송신영과 비교하면 다른 비교사항은 몰라도 마스크만은 단연 우월하다"고 평가한다.

▲넥센 히어로즈(우리 히어로즈, 서울 히어로즈 시절 포함)의 선수 트레이드 이력

◆넥센의 과거 전례는 어떠했나?

넥센은 창단 첫 해인 2008년 시즌 종료 이후 장원삼을 삼성의 박성훈과 맞바꾸는 트레이드를 시도하다가 좌절됐다. 이 때 삼성은 장원삼을 내주면서 박성훈과 30억원을 얹었다.

삼성과 히어로즈를 제외한 6개 구단은 히어로즈 창단당시 야구단 파행운영을 막기 위해 이사회에서 '5년간구단 매각 금지 및 현금 트레이드 사전 승인'에 대한 구두 합의를 무참히 깨버렸다고 반대했다. 결국 KBO는 많은 야구팬의 여론에 밀려 6개 구단 의견을 들어줬다. 

당시 KBO가 승인 거절의 이유로 내세운 사항은 '가입금이 완납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하지만 2009년 12월 가입금을 모두 납부한 히어로즈는 12월 30일 삼성(장원삼↔박성훈+김상수+20억원), LG(이택근↔강병우+박영복+25억원), 두산(이현승↔금민철+10억원)과 '폭풍 트레이드'를 한꺼번에 진행한다. 히어로즈로는 55억원이 넝쿨째 들어오는 트레이드였다.

이후 넥센타이어를 메인스폰서로 유치하고 '넥센 히어로즈'로 구단명을 변경한 넥센은 롯데와 두 번(7월 20일 황재균↔김민성+김수화, 12월 20일 고원준↔박정준+이정훈)의 큰 '현금거래 없는 트레이드'를 성사시킨다.

그러나 트레이드 이후의 선수 활약상은 거의 넥센에 부정적인 상태다. 

가장 부정적인 경우는 LG와의 트레이드다. LG로 가서 주전으로 활약하는 이택근과 달리 넥센 유니폼을 입은 박영복은 이적 이후로 1군 기록이 없고, 심지어 강병우는 작년 '2타수 1안타'의 매우 조촐한 1군 기록을 남긴 채 올해 방출된 경우이다.

두산과의 트레이드는 '누가 더 오랜 부상을 안고 사느냐'는 쌍방손해의 트레이드다. 금민철은 지난 7월 5일 왼쪽 팔꿈치 내측인대 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고 올 시즌 마운드에 오를 수 없게 됐다. 재활 기간만 10~12개월 정도의 힘든 대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현승은 수술을 받진 않았지만 오랜 부상으로 인해 넥센서 활약할 때와 달리 기량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삼성, 한화, 롯데 등과 가진 트레이드에서는 1루를 제외한 내야의 모든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김민성과 한화 시절의 '마노예' 활약을 잇는 마정길이 그나마 괜찮다. 넥센 유니폼을 입게 된 다른 선수들은 활약 자체가 미미해 말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결국 넥센이 트레이드 절차를 거쳐 확실히 얻은 것은 '58억원' 뿐이다.

▲넥센 히어로즈의 선수 트레이드를 풍자한 '넥센 마켓' 그래픽 [이미지 = 인터넷 커뮤니티]

◆이번에도 '넥센 마켓' 상황일까? 

현재 넥센은 많은 야구팬들에게 '넥센 마켓'이라고 불린다. 인터넷 오픈 마켓의 거래 과정을 패러디한 게시물도 심심치 않게 보이며, 쇼윈도 속에 선수가 진열된(?) 상태로 고객 팀에게 팔리기를 기다리는 모습의 패러디 이미지도 빈번하게 보인다. 

아무리 꼴지 팀도 4할 정도 승률 현황을 보이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현재 넥센은 3할8푼7리의 승률을 보이고 있다. 이번 트레이드가 올해 넥센의 승률과 경기의 내용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지는 모른다. 실력이 너무 처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30년의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서 '3할' 이하의 승률을 보인 경우는 4회이다. '역대 최하 승률' 팀은 영화로도 나온 삼미 슈퍼스타즈의 1982년 후기리그의 승률 1할2푼5리(5승 35패)이다.

이 외에는 선수들을 연이어 팔며 전력이 많이 약화된 1999년의 쌍방울 레이더스(2할2푼4리), 2002년의 롯데 자이언츠(2할6푼5리), 창단 첫 해라 약체였던 1986년의 빙그레 이글스(현 한화 이글스, 2할9푼) 뿐이다. '승률 3할'은 다들 넘겼다.

'관중 600만명 시대'를 추구하는 대한민국 프로야구. 하지만 한 구단이 '붙으면 지는 야구팀' 이미지를 갖는다면 목표 달성은 쉽지 않게 된다. 이길 팀과 질 팀이 뻔한 경기를 관람하고자 구장을 찾는 야구팬은 적을 것이고 이는 관중 감소로 이어진다.

결과는 어떨까? 다만 팀간 전력 불균형 심화는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