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산사태 피해 대학생 합동 영결식 진행…"꿈 펴기 전 어찌 빨리 데려가십니까?"

2011-08-01 02:15
춘천 산사태 피해 대학생 합동 영결식 진행…"꿈 펴기 전 어찌 빨리 데려가십니까?"

▲27일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 소양강댐 인근 산사태로 숨진 인하대생 10명의 합동영결식이 7월 31일 오전 9시 인하대 대운동장에서 열렸다. [사진 = 인하대 제공]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아들아, 딸들아… 어린 발명가 키워 본다던 꿈을 펼치지도 못하고 이렇게 허무하게 가는구나"

지난달 27일 강원도 춘천으로 봉사활동을 떠났다가 산사태로 숙소로 잡은 펜션이 뒷산 토사에 매몰되며 세상을 떠난 인하대 발명동아리 '아이디어뱅크'(IDEA-BANK) 학생 10명에 대한 합동영결식이 31일 오전 인하대(인천시 남구 용현동) 대운동장에서 거행됐다.

이날 영결식은 기록적인 집중호우 속에 토사에 손쓸 틈 없이 파묻혀 꽃다운 생을 허무하게 마쳐야만 했던 의로운 학생들의 마지막 길을 하늘도 슬퍼하고 있는 듯 비가 계속 추적추적 내려 영결식에 온 사람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10명의 영정과 하얀 국화꽃 등으로 제단을 마련한 이날 영결식은 숨진 학생의 유족과 친구 및 학교 관계자 등을 비롯 송영길 인천시장,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 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이응칠 인하대 총동창회장 등 각계각층의 1500여명이 참석했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이본수 인하대 총장이 희생자 영정 앞에 차례대로 '명예로운 인하인 증서'를 수여하자 유족 다수가 참던 울음을 터뜨렸다.

이 총장은 조사에서 "사회적 덕목인 재능 기부를 몸소 실천해온 우리 학생들, 초등학생의 눈빛이 어른거려 폭우도 마다않고 달려간 우리의 아들 딸들, 푸르른 꿈 펴기도 전 이토록 빨리 데려가십니까"라며 "고난에 굴하지 않고 담대하게 꿈을 향해 노력한 10명의 고귀한 학생들을 존경과 사랑으로 떠나보내야 합니다. 이들의 얼마나 숭고한 청춘이었는지 얼마나 아름다운 삶을 살았는지 우리 모두 마음에 새기고 기릴 것"이라며 고개를 숙여 장내를 숙연하게 했다.

이어 "어린이를 무척이나 사랑했던 김유라양, 봉사활동에 열정적이었던 김유신군, 동아리 사랑이 남달랐던 김재현군" 등 숨진 학생 10명의 이름을 모두 거명하며 "하늘나라에서도 아름다운 별이 되어 세상을 밝게 비춰 달라"며 명복을 빌었다.

유가족대표로 나선 고(故) 김유신씨의 작은 아버지 김현수씨는 영결사에서 "내 것만 챙기기도 바쁜 이 시대에 칭송받아 마땅한 숭고한 영혼들, 너희는 춘천 상천초교 학생들의 영원한 선생님"이라면서 "우리도 너희가 가르쳐준 대로 그렇게 살아갈 것을 약속하며, 다시 만날 때까지 편히 쉬거라"라며 "유신아, 슬기야, 재현아, 명준아, 경철아, 명준아…"라고 말하며 흐느꼈다. 이어 유가족들이 헌화하면서 영결식장은 다시 한 번 통곡의 굵은 눈물 방울로 가득찼다.

고(故) 김유라씨의 아버지 김용주씨는 딸 영정 앞에 국화꽃 1송이를 놓으며 눈을 감았다. 김씨는 "대학 1학년 첫 방학을 맞아 떠난 캠프에서 좋은 추억 만들고 오라고 했는데 죽어서 돌아오니 슬프다"라면서 눈가의 눈물을 연신 닦았다.

유가족의 헌화가 마친 후 이본수 총장을 시작으로 이응칠 인하대 총동창회장, 교수, 직원, 생대표, 송영길 시장, 황우여 원내대표, 김도연 위원장 등의 순으로 헌화와 분향이 이어졌다.

영결식이 끝나고 앞서 개별 장례를 마친 고 성명준 최민하 씨를 제외한 8명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량이 인천가족공원(인천시 부평구 부평2동) 화장장으로 출발한 뒤에도 인하대 관계자와 학우들의 헌화 행렬은 한동안 계속 이어졌다.

한편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인하대학교 본관과 인하대병원에 모두 7000여 명의 조문객이 찾아 고인의 넋을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