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결국 디폴트?…CDS시장 폭풍 전야
2011-07-24 14:06
(아주경제=김신회 기자)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4일 2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그리스 아일랜드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등 유럽 재정불량국 국채 등에 노출된 위험액(익스포저)이 1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순익스포저’는 150억 달러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JP모건이 재정불량국에 빌려준 돈은 1000억 달러가 맞지만, 이 가운데 850억 달러의 채권에 대해서는 유사시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도록 보험을 들어놨다는 얘기다. 이른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다.
◇그리스 ‘디폴트’ 불가피…CDS시장 빨간불
하지만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이 지난 21일 그리스 2차 구제안에 합의하면서 CDS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그리스 구제안에 포함된 민간 채권단의 자발적 참여를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판단하겠다고 경고한 것이다.
일례로 AIG는 미국 주택시장이 무너지기 전 고평가된 미국의 모기지 채권에 대한 CDS를 판매했고, 주택시장이 붕괴하면서 원리금 상환 압박으로 붕괴 위기에 몰렸다. 결구 미 정부는 AIG의 도산을 막기 위해 1820억 달러를 쏟아부어야 했다.
이미 피치는 22일 그리스에 대해 ‘제한적 디폴트’를 선언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도 같은 조치를 취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리스에 대해 디폴트가 선언돼도 CDS시장이 받게 될 충격은 제한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그리스 국채에 대한 CDS 판매업체들의 순익스포저가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증권 예탁·청산업체인 DTCC는 이를 약 46억 달러로 추산했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25일자 최신호에서 그리스가 얼마라도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는 만큼 그리스 국채 가치가 제로(0)로 떨어질 가능성이 없고, 익스포저가 여러 금융업체에 분산돼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예상하는 것보다는 충격이 덜 할 것으로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그리스 디폴트 사태가 일시적인 문제인 만큼 CDS시장에도 제한적인 충격을 주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스의 채무 부담이 줄면 신평사들이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다시 ‘트리플C(CCC)’로 되돌릴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유럽 규제 당국은 국제스와프파생상품협회(ISDA)가 그리스의 채무 구조조정을 CDS 계약에 따른 원리금 지급 사유로 판단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비즈니스위크는 지적했다.
◇‘청산소 결제이행 보증’ 도드프랭크법 변수
CDS를 비롯한 파생상품 거래를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미국의 도드프랭크법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관련 규정은 청산소가 CDS 계약 당사자간의 거래와 계약 이행을 보증하도록 했다. 이 규정은 시행시기가 오는 12월 말로 6개월 늦춰졌다. 유럽연합(EU)도 지난해 비슷한 내용의 규제안을 내놨다.
문제는 CDS 거래가 몇몇 청산소로 집중되면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 의장도 지난 4월 “상당한 규모의 금융 및 운영 리스크가 소수의 기관에 집중되면, 잠재적으로 시스템상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으려거든 바구니를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청산소의 기준으로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자본 규모 5000만 달러, 유럽의 ICE클리어크레디트는 50억 달러 이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시장에서 안전하다고 여기는 기준은 서로 다르고, 규제당국은 청산소를 가능한한 확대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