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중동 올인…지역 편중 부작용 우려

2011-07-19 14:00
국토부, UAE에 수주지원센터 설립 계획<br/>중동지역 건설수주 집중현상 심화 우려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중동지역 해외공사 수주를 위해 정부가 팔벗고 나섰다. 하지만 해외건설시장 중동 편중 현상이 더욱 심화돼, 이 지역 정치 불안 등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국내 건설업계에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9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오는 9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수도 아부다비에 ‘중동인프라수주지원센터’가 설립된다. 국토부가 주도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도로공사, 철도시설안전공단, 교통연구원, 한국공항공사, 인천공항공사, 해외건설협회 등이 참여한다.

해외건설 수주 지원을 위해 정부가 여러 공공기관과 함께 현지에 직접 지원조직을 설립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토부는 9월로 예정된 권도엽 장관의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 등 중동 3개국 방문에 맞춰 지원센터를 열고, 공식 업무에 들어갈 계획이다.

정부가 중동에 수주지원센터를 만든 것은 앞으로 이 지역에서 철도와 주택, 담수플랜트 등 대형 프로젝트가 잇따라 발주되기 때문이다.

카타르는 오는 2022년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460억 달러에 이르는 대형 철도사업을 추진 중이다. UAE는 지난달 말 1단계로 샤~르와이스를 잇는 264km, 20억 달러 규모의 원유수송 철도 공사의 입찰을 진행했으며, 2단계로 아부다비~두바이 고속철도(110km)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주택 50만 가구를 건설할 계획이며, 약 2400억 달러 규모의 국부펀드를 갖고 있는 쿠웨이트도 약 1040억 달러를 투입하는 경제 개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건설업계가 중동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고질적인 지역 편중 현상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우리나라의 올해 해외건설수주액은 252억 달러로, 이 중 약 69%가 중동지역에 몰려있다. 이는 186억 달러 규모의 UAE 원전 공사가 포함된 작년 해외건설실적에서 중동지역이 차지하는 비율이 66%에 그치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높은 것이다.

또 걸프협력회의(GCC)와 추진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해외건설의 중동지역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다른 국가나 지역과는 달리 한-GCC FTA에서는 건설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석유 자원과 외국인 투자를 바탕으로 플랜트·토목·건축 등의 각종 프로젝트를 활발히 추진 중인 GCC 국가들의 건설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2259억 달러에 달한다.

문제는 해외건설의 중동지역 의존도가 높아지면, 제2의 리비아 사태 등이 발생했을 때 국내 건설사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이라크의 한 무장단체가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준행 중인 쿠웨이트 항만건설 공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등 이 지역의 정치적 불안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라며 "정부가 중동에 수주지원센터를 설립하는 것은 좋지만 수주지역 다변화에 대해서도 많은 지원을 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