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의 경제학, "유통, 가전, 항공업계 함박웃음"

2011-07-19 11:28

(아주경제 임재천 기자) 긴 장마 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부 지역에 폭염경보가 발효 중인 것을 비롯해 곳곳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상태다.

이 틈을 타 각 기업들은 '폭염 특수'를 잡기 위한 아이디어 짜내기에 분주하다.

유통업계의 경우 에어컨을 비롯해 전자제품과 아이스크림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고, 항공업계는 더위를 피해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로 인해 '폭염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대형마트, 심야쇼핑 증가
유통업계는 이미 '폭염 마케팅' 체제에 돌입했다. 국내의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빙과류 등 여름 대표 상품들의 매출 신장세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최근 들어 아이스크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두자릿수 이상 증가하고, 탄산음료·맥주·생수 등도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무더위를 피해 야간에 대형마트를 찾는 고객들이 증가하면서 저녁 매출이 크게 증가한 것도 폭염 시즌의 특징이다. 대형마트업계에서는 해마다 여름이 되면 하루 매출의 20% 이상이 저녁 8시 이후에 기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밤 10시 이후 매출은 평소 10% 내외였지만 폭염이 시작된 지난 주말부터 15% 가까이 늘어나, 앞으로 더운 날씨로 인해 늦은 시간 대형마트를 찾는 고객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편의점, 없어서 못 팔 정도
무더위로 가장 큰 호황을 누리는 업종은 '편의점'이다. 날씨가 더울수록 편의점 매출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편의점 매출은 온도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기온이 오르면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의 수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GS25가 지난해 일평균 기온과 고객 수 및 매출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기온이 1도 오르면 매장 방문 고객은 일평균 9명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에 따라 고객 수가 증가하는 것은 아이스크림·음료수 등을 찾는 고객과 심야시간에 공원에서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오피스가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유흥가의 경우 2명의 고객이 증가하는 반면, 오피스가는 21명의 고객이 더 매장을 방문한다. 점심식사를 마친 직원들이 아이스크림과 음료수를 사기 위해 근처 편의점 매장으로 대거 이동하기 때문이다.

기온 변화에 따라 인기 상품도 달라진다. 아이스크림은 기온이 올라갈수록 판매량이 급증하지만 모나카류는 일 최고기온이 12도를 넘어가면 오히려 판매량이 감소한다. 반면 튜브류는 1도 상승할 때마다 판매량이 30% 이상 증가한다. 특히 음료의 경우 최고기온이 16도, 아이스크림은 23도, 맥주는 26도인 시점부터 판매량이 급증하고, 최고기온이 29도를 넘어가면 방충제·물티슈 판매량이 급증한다.

GS25는 최근 더위가 기승을 부리자 여름상품의 진열 면적과 물량을 늘리며 여름 매출 잡기에 나섰다. 튜브류와 바류 아이스크림의 면적과 물량을 전년보다 30% 늘리고, 여름 대표 상품인 맥주와 음료의 구색을 강화했다. 기온이 더 오를 것을 대비해 방충제, 물티슈의 진열 위치를 하단에서 상단으로 옮기고, 구색을 늘리며 여름 준비를 끝마쳤다. 반면 알코올 함량이 높은 양주·소주의 매출은 줄어들기 때문에 진열 면적을 줄였다.

GS25 영업기획팀 이종원 팀장은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여름철 편의점 매출이 높기 때문에 이른 더위가 편의점으로서는 반가운 일"이라며 "빨라지는 여름 날씨에 맞춰 여름 행사 시기도 앞당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전업계, 3분기 실적에도 큰 영향
에어컨 업계도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에어컨 판매량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 역시 지난해 7월 판매량이 전년에 비해 30~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서울 양재동 인근의 양판점 직원은 "어제와 오늘 에어컨을 찾는 손님이 크게 늘었다"며 "본격적인 무더워가 시작되면 예년에 비해 더 많은 판매가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민들이 많이 찾는 종로 세운상가의 상인 역시 "선풍기와 제습기를 찾는 고객이 크게 늘고 있다"며 "습도와 무더위까지 이어지면서 에어컨 판매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8월에도 무더위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에어컨 판매가 당분간 호조를 보일 것"이라며 "에어컨의 경우, 전자회사의 3분기 실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공업계, 올해는 일본 대지진 특수도 겹쳐
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7∼8월은 항공업계의 최대 성수기다. 폭염을 피해 해외로 떠나는 인구가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공사들은 다양한 고객 유치전은 물론 '증편'까지 해놓은 상태다. 특히 이번 여름은 대지진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일본 대신 동남아, 중국에서의 휴가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최근 인천∼발리, 인천∼호찌민 노선을 주당 7회에서 14회 체제로 증편했다. 인천∼자카르타, 인천∼푸껫 노선도 각각 3회씩 운항 횟수를 늘렸다. 대한항공은 이미 노선이 충분한 기존 노선을 증편하는 것보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노선을 신설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아시아나항공도 동남아, 중국 지역을 중심으로 증편에 나섰다. 주당 11회였던 인천∼방콕 노선을 이달 중순부터 8월까지 14회로 늘렸다. 인천∼호찌민 노선도 평상시의 2배인 주당 14회 체제로 증편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다가오는 휴가철 성수기에는 대지진 여파로 수요가 줄어든 일본 대신 동남아, 중국 등을 찾는 여행객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 울상
자동차업계는 휴가철인 7∼8월이 비수기다. 지난해 현대차의 1∼8월 내수시장 월 판매량은 5만9000대에서 4만9000대로 소폭 감소하다 9월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신차 구매가 가을부터 초봄에 주로 이뤄지는 것은 다른 자동차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찌는 듯한 무더위에 차를 보러 다니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동차 정비업계는 상대적으로 호황이다. 무더위를 앞두고 반년 이상 묵혀뒀던 에어컨 수리나 휴가철 장거리 운행 전에 종합적인 정비를 받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각 업체들은 일정 기간 전국 곳곳에 간이 서비스센터를 설치하고 무상점검 및 일부 부품 무상교체를 서비스하는 등 '통 큰'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