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스트레스테스트, 금융시장에 또 '스트레스'

2011-07-17 14:00
91개 은행 중 8개 은행 탈락…부실 평가 논란<br/>시장불신…유럽 재정위기 우려 완화에 역부족

(아주경제 이지은 기자) 유럽 은행들에 대한 재무건전성 평가(스트레스테스트) 결과가 나왔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91개 은행 가운데 불과 8개 중소형 은행이 부실 판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축소 평가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유럽은행감독청(EBA)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유럽 21개국 은행 91개 가운데 스페인 방코파스토르를 비롯해 저축은행 및 소형은행 5개, 그리스 국영 농업은행과 EFG유로뱅크, 오스트리아 폴크스방켄 등 8개 은행이 불합격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은행은 핵심 자기자본비율(Core Tier 1) 최소 기준인 5%를 넘지 못했다. 8개 은행의 자본 부족액은 모두 25억 유로로 집계됐다.

테스트 결과 발표 직후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등은 금융시장 불안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였던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며 환영 논평을 내놨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테스트 결과를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당초 시장에선 최소 5개, 최대 15개 은행이 탈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탈락 은행들이 추가로 마련해야 할 자본이 최소 100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EBA가 8개 은행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리고, 자금 부족분이 25억 유로라고 밝히자 축소 평가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일례로 이번에 적용된 그리스 국채의 상각률은 어떤 형태로든 채무불이행(디폴트)이 불가피해 보여 액면가의 최대 50% 상각이 예상된다는 시장의 계산과 격차가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또 지난해 테스트에서 아일랜드 은행들은 모두 합격점을 받았지만, 결과 발표 이후 아일랜드는 은행권 부실로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이에 반해 EBA는 지난해 처음 실시된 스트레스테스트가 '부실평가'로 지탄받았던 점을 감안해 이번에는 한층 엄격한 평가 기준을 적용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 은행 스트레스테스트에 대한 기관투자가들의 평가 결과가 나오는 이번주에 시장의 반응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관투자가들이 EBA 테스트 자체에 내재된 약점이나 개별 은행들의 약점을 찾아내 공격할 경우 금융시장이 더 불안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당초 이날로 예정됐던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 정상회의는 그리스에 대한 추가 구제금융을 둘러싼 이견 탓에 오는 21일로 연기됐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는 그리스 2차 구제금융안의 핵심인 민간 채권단의 희생 정도와 피구제국의 부담 완화 방안이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