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硏 "경영진·사외이사 우호적일수록 기업위험 커져"
2011-07-17 10:44
(아주경제 방영덕 기자) 경영진이나 지배주주가 장악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는 견제와 감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해 기업 리스크(위험도)를 오히려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추위를 통해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에게 우호적인 집단이 될 수밖에 없어 해당 업체의 리스크를 키운다는 것이다.
17일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상장사협의회 월간지 ‘上場‘(상장) 7월호에 게재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발발과 지배구조 이슈의 대두’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사외이사 선임 과정의 문제점과 부작용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제도상의 사외이사 선임방식과 관행은 현직 경영진에게 우호적인 사외이사 집단을 지속적으로 재생산하기가 매우 쉽다. 많은 금융회사에서 최고경영자(CEO)가 사추위 위원장을 맡는 데다 대다수 사외이사 후보들을 직접 추천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지난해 사외이사 후보추천 공시내용을 보면 사추위에 CEO가 포함된 비율이 △은행지주회사 80% △시중은행 83% △증권사 100% △생명보험 100% 등으로 나타났다.
해당 금융기관의 CEO나 주요 임원이 사외이사 후보를 직접 사추위에 제안한 비율은 △은행지주회사 54% △시중은행 52% △증권사 75% △생명보험 85% 등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위원은 "일반 상장기업에서도 경영진에게 우호적인 사외이사 집단이 처음에 구성되면 사추위의 후보 추천과정을 통해 비슷한 성향의 세력들이 지속적으로 사외이사로 뽑히는 '경로 의존성'(Path-Dependence)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재생산되는 사외이사 집단은 상시적인 경영감시와 견제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기업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리스크가 발생하면 이를 줄이기는커녕 증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추위에 일반 주주대표를 참여시키고, 사추위는 사외이사와 일반주주 대표만으로 구성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