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부채협상 세 가지 대안 있다"
2011-07-15 12:44
지출 삭감 4조, 2조 또는 최소만
(워싱턴=송지영 특파원) 공화당과 막바지 정부 부채 협상을 벌이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세 가지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4일(현지시간) 마이애미헤럴드에 따르면 오바마는 정부 부채 상한 증액과 함께 최대 4조 달러의 지출 삭감, 2조 달러의 삭감, 이도저도 안 되면 그보다 훨씬 적은 금액의 지출 삭감을 놓고 고심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 협상을 지켜보고 있는 익명의 민주당 관계자의 말을 빌려 헤럴드는 "가급적 이번 기회에 최대 4조 달러의 지출 삭감과 함께 부채 상한을 늘리는 방안을 밀어 붙이고 있지만, 오바마는 최악의 경우 최소 규모의 협상 타결도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협상에서 공화당은 "양당이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으니 시한을 넘기기 전에 잠정적으로 소규모 합의를 하고 약 3개월 이후 다시 협상을 해서 완전 타결을 보자"는 주장을 펼쳤으나, 오바마는 이를 과감히 거절했다. 오바마의 판단으로는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세 가지 안 중에서 마지막 안과 비슷한 공화당의 주장은 정치적인 책략이지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민주당 쪽에서는 공화당의 이같은 주장이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있는 시점을 이용해, 오바마를 최대한 끌어 내리려는 속셈이라고 보고 있다.
오바마는 이날 결렬된 협상을 마치고 공화, 민주 양당을 향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안은 몇 가지 되지 않는다"며 "당 지도부는 각 당 의원들과 서로 논의해 조속히 부채 협상을 타결짓자"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백악관과 공화당의 협상에서는 감정싸움까지 일어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에릭 캔터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가 오바마의 발언을 세번이나 자르는 무례를 저질렀고, 오바마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Enough is enough)"라며 협상장을 박차고 나왔다는 것이다.
이후 양당은 모두 부인하는 성명을 냈으나, 그만큼 이번 협상을 대하는 양측의 인내력이 한계에 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공화당은 "캔터는 자기의 입장을 말한 것이지 대통령의 말을 자른 적이 없다"고 했고, 민주당은 "대통령은 협상이 결렬돼 할 말을 하고 나온 것이지 협상장을 박차고 나온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협상장 안팎에서 긴장은 계속 고조되고 있다. 정부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가 시작되는 8월2일 기한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협상이 진척이 없자 무디스 등 신용평가사는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정부 채권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백악관은 "만일 협상이 시한 내에 타결되지 못하면 이는 공화당의 책임"이라고 공격하고 있고, 공화당은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는 오바마는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