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국조 ‘반쪽짜리’ 전락하나

2011-07-13 23:08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저축은행 국정조사(국조)가 용두사미에 그칠 전망이다. 여야가 국조 증인으로 정·관계 핵심 인사를 제외한 채 저축은행 관계자들만 부르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13일 저축은행 사태 국조 증인 채택 문제를 둘러싸고 간사단 협의를 벌인 결과 당초 여야가 요구한 220명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50여명을 증인대에 세우기로 결정했다.

여야가 합의한 증인은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인 박연호(구속) 회장과 김양(구속) 부회장·김민영 부산부산2저축은행장, 박형선(구속) 해동건설 회장 등 부실 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이 주를 이뤘다. 사태와 관련된 회계법인 관계자도 증인 명단에 올렸다.

하지만 전날까지만해도 이명박 대통령까지 오르내리던 저축은행 국조 증인채택 명단에서 정·관계 핵심 인사들의 이름은 모두 사라졌다.

여야가 저축은행 사태의 책임을 두고 상대의 핵심부를 계속 공격하는 '치킨게임'을 벌인다면 사태가 일파만파 커질 것으로 판단, 적정 선에서 타협을 이룬 것으로 해석된다.

당초 한나라당은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문희상·박병석·우제창·강기정·박선숙 의원 등 민주당 수뇌부와 한명숙 전 총리·권오규 전 경제부총리·이헌재 진념 전 경제부총리·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근영 전 금감원장 등 전직 고위 관리를 부를 방침이었다.

이에 민주당은 김황식 국무총리와 청와대 권재진 민정수석·김두우 홍보수석·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추경호 비서관·정진석 전 정무수석·이동관 언론특보 등 전현직 청와대 인사 10여명과 이상득·조진형·박준선 의원과 공성진 전 의원 등 권력 실세를 불러들여 여당의 공세에 맞불을 놓는다는 계획이었다.

때문에 이번 저축은행 국조가 당초 기대에 못 미치는 반쪽짜리로 전락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위 소속 관계자는 "여야가 핵심인사들을 모두 증인으로 요청해 놨으나, 이를 '딜' 카드로 맞교환하며 국조가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저축은행 국조가 성사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다음달 내달 5일 시작되는 청문회 7일 전 증인 채택이 마무리한다는 입장이지만, 증인채택 문제를 둘러싼 정쟁 속에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국조가 지난 저축은행 청문회처럼 의혹만 제기되며 사실상 정쟁 수준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