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SK·STX '2파전'…물밑경쟁 '치열'
2011-07-10 15:46
-STX, 자회사 지분 매각 등 움직임 구체화<br/>-SK "인수자금 충분"…SKT 단독입찰로 강한 자신감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SK그룹과 STX그룹의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 하이닉스 인수전의 승패가 자금력에서 갈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들 그룹의 물밑경쟁이 벌써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STX는 자회사의 일부 지분을 매각하는 등 일찌감치 인수자금 확보에 나서는 모습니다. 자금력에서 우위를 가진 SK는 ‘SKT 단독입찰’이라는 카드를 내세워 자신감을 드러냈다.
STX는 10일 STX유럽이 보유한 STX OSV의 지분 18.27%를 시간외거래를 통해 주당 1.33싱가포르달러의 가격에 옥지프(Och-Ziff)에 지난 8일자로 매각했다고 밝혔다. STX는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약 25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SK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밀린다고 평가받던 STX가 기선 제압을 한 것이다. STX OSV의 지분을 매입한 옥지프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으며 운영자산이 약 290억 달러에 이르는 세계적인 투자펀드다.
앞서 STX OSV는 지난해 11월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 약 31%의 지분을 공개 매각한 바 있다. STX유럽은 이번 지분 매각 후에도 지분의 50.7%를 보유하게 돼 최대주주 위치를 유지할 수 있다.
STX 관계자는 “이번 STX OSV의 지분 매각이 해외 투자자금 회수에 대한 좋은 징표가 될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그룹의 재무건전성은 더욱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SK텔레콤은 컨소시엄 구성없이 단독으로 하이닉스 인수에 나섰다. 외부도움 없이도 3조원 안팎의 하이닉스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지난 3월 기준 현금 1조5000억원(단기금융상품 포함)을 보유하고 있다. 설비투자를 위해 들어간 현금을 빼고 남은 현금인 연간 잉여현금흐름(FCF)는 1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난해 9월 단말기할부채권을 하나SK카드에 넘겨 향후 3년간 단말기할부채권 감소로 현금유입도 3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최윤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은 국내 이동통신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으며, 연간 2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며 “인수전에 쓸 실탄은 넉넉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