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中企 '사모님' 손에 들린 에르메스 '버킨백'

2011-06-30 16:28

(아주경제 이하늘 기자) 최근 서울 인근에서 진행된 한 대기업의 협력업체 사장단 가족모임. 이 자리에 모인 사장들의 부인 가운데 절반 가까이의 손에는 비슷한 디자인의 핸드백이 들려 있었다.

에르메스의 '버킨백'이다. 에르메스는 샤넬·루이뷔통·구치 등 최고급 명품 브랜드보다도 가격이 훨씬 높다. 에르메스의 대표 상품인 버킨백은 가격이 1000만원 안팎에 이른다. 그나마도 구입하려면 2~3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최근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해 동반성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과 이들 사모님의 손에 쥐어진 버킨백은 왠지 어색하다. 공장에서 쪽잠을 자고 직원들과 함께 기름때를 묻히는 열정을 갖춘 중소기업 사장들의 모습은 TV 드라마 속에서나 가능하다.

물론 기자가 알고 있는 중소협력업체들의 대표 가운데 상당수는 오늘도 직접 생산설비를 만지고,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금융권을 돌고 있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2·3차 협력업체의 이야기다. 1차 협력업체 가운데 상당수는 과거에도 수익성을 충분히 확보해왔다. 거기에다 최근 동반성장이 가시화되면서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반면 이들에 대한 혜택이 2·3차 협력업체로 전이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삼성 등 주요 기업들이 2·3차 협력업체 지원을 위한 방안을 내놓았지만, 이를 강제하거나 감시할 여건이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들 1차 협력업체 구성원의 임금이나 복지 혜택도 대기업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의 정책이 자칫 일부 중소기업 사장들의 배만 불리는 모양새가 되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이 본래 취지에 맞게 실현되기 위해서는 이들 대기업 협력업체들이 다음 협력업체들과도 상생을 위한 노력을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기업 구성원과의 상생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동반성장의 의미가 중소기업 오너 일가도 일부 재벌기업 사모님과 자녀들처럼 명품으로 치장하고 고급 승용차를 타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