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가르드, IMF 첫 여성 수장…그리스 사태 '발등의 불'
2011-06-29 16:05
"유럽인 시각 벗어나야"…신흥국 위상 균형 맞추는 것도 관건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크리스틴 라가르드(55) 프랑스 재무장관이 예상대로 국제통화기금(IMF) 새 총재로 선출됐다.
IMF는 28일(현지시간) 집행이사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라가르드에 지지를 보냈다. 이로써 라가르드는 1946년 IMF 출범 이후 첫 여성 총재가 됐다. 라가르드는 다음달 5일부터 5년간 IMF를 이끌게 된다.
외신들은 라가르드가 유럽인의 IMF 총재 독식에 대한 신흥국의 반발을 꺾을 수 있었던 것은 남다른 재능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그는 경제학이 아닌 법학을 전공했다. 25년간 미국의 법조계와 월가에서 맹활약했다. 다국적 컨설팅기업 맥킨지의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도 지냈다. 2005년 자크 시라크 정부에서는 통상장관을 역임했고, 2007년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가 출범하면서 재무장관에 발탁됐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라가르드의 특출난 재능과 폭넓은 경험이 세계 경제가 중대한 고비를 맞은 시점에서 IMF에 소중한 리더십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고 극찬했다.
라가르드에 대한 이런 기대감은 그에게 맡겨진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의미도 된다. 당장 라가르드의 발등에 떨어진 불은 그리스 사태다. 그 역시 IMF 총재로 확정된 직후 프랑스 방송과 가진 회견에서 그리스 의회에 새 긴축안을 승인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의회가 29일 예정된 표결에서 긴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그리스는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황에 처하게 된다.
시장에서는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하게 되면 전 세계에 2008년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연쇄충격을 줄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라가르드가 그리스를 비롯한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 재정위기에 잘 대처하려면 유럽인의 시각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IMF 관리를 지낸 에스와 프라사드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이날 블룸버그를 통해 "라가르드는 그리스 사태가 지속된 지난 1년간 같은 유로존 역내 국가인 프랑스 재무장관을 지냈지만, 이제는 187개 회원국을 아우르는 IMF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라가르드는 유럽인이라는 동류의식을 버리고 그리스에 긴축 프로그램의 이행을 촉구하고, 유럽에는 채무 조정에 참여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모하메드 엘 에리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신흥국과의 약속을 이행하는 것도 라가르드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라가르드는 신흥국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인도와 중국 등을 찾아, IMF를 이끌어 나가는 데 신흥국의 높아진 위상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