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지은 기자) 미국 연방 대법원은 20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소매업체 월마트 여성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급여와 승진에서 차별을 받았다며 제기한 집단 소송을 기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연방 대법원 판사 9명은 이번 소송은 한 건의 집단 소송으로 진행될 수 없다면서 5대 4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아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은 기각 결정에 대해 "원고들이 한 사건으로 모아서 소송을 제기할 만큼 충분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2001년 캘리포니아주 피츠버그 매장에 근무하던 여성 직원 6명이 같은 직종의 남성들보다 임금이 적고 승진기회도 평등하지 않다며 회사를 상대로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여직원들은 2007년 예심과 항소심에서 각각 패소했지만, 지난해 4월 미 연방 항소법원은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판결했다.

하지만 이번 연방 대법원 판결에서는 소송을 제기한 여직원들이 다른 여성 직원들과 같은 차별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스칼리아 대법관은 "이번 소송이 집단소송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월마트가 차별과 관련된 일반 정책을 통해 명백하게 차별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월마트는 성명을 통해 "원고측 주장은 기업 차원의 차별적 급여와 승진정책을 지적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그간 월마트와 이 회사 지지자들은 이번 소송이 진행되도록 허용하면 수많은 유사 소송의 수문을 열게 되는 것이라며 경고해왔다. 월마트는 이어 "월마트는 여성들이 일하기에 좋은 곳"이라며 "미래에 여성 지도자급이 나올 수 있는 탄탄한 길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원고측인 월마트 여직원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월마트의 문화와 고용정책이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만들어냈고, 미국 내 41개 지역 모두에서 여성에게 불리한 대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판결이 여성과 남성 근로자에게 고용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권리를 옹호하는 데 있어 상당히 높은 장벽을 세웠다"고 밝혔다.

이날 대법원이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면 미 전역의 매장에 근무하는 여직원 약 150만명이 소송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고용차별과 관련한 미국 내 최대 집단 소송이 벌어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결과에 비상한 관심이 쏠렸었다. WSJ는 이에 대해 원고들은 수백만의 전·현직 월마트 여직원을 대표해 소송을 제기하길 원했다고 전했다.

이날 월마트 주가는 연방 대법원이 직장 내 성차별 집단소송을 기각했다는 소식에 0.4%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