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금융당국이 설정액 50억원 미만 소형펀드 청산에 소극적인 자산운용사에게 일괄적으로 불이익을 주기로 한 데 대해 천차만별인 상품 특성에 따라 예외도 필요할 것으로 지적됐다.

퇴직연금펀드만 봐도 영업 초기인 만큼 덩치가 작을 수밖에 없는데 이를 청산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런 지적을 감안하더라도 일괄 청산 계획을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업계에서 소형펀드 정리에 소극적인 것으로 판단, 해당 운용사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소형펀드 청산을 위해 1년이라는 시간을 줬는데도 운용사나 판매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며 "수개월 간 자체적으로 청산할 기회를 준 뒤 미흡한 회사는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운용업계는 대형화로 규모 경제 효과를 높이겠다는 소형펀드 청산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기준을 일괄적으로 설정액 50억원 미만으로 잡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A운용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설정액 50억원 미만이면 회사가 임의 해지할 수 있도록 했지만 여전히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포기한 상품이면 모르지만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상품까지 당장 설정액 미달이라는 이유로 청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B운용 관계자는 "물론 설정액 10만원 미만에 가입자와 연락도 안 돼 청산을 못 했던 펀드는 이번 금융위 정책 덕분에 쉽게 정리할 수 있게 됐다"며 "다만 상품 성격에 따라 설정액이 적을 수 있다는 점은 감안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예를 들어 한국투신운용 퇴직연금펀드인 '한국투자퇴직연금인덱스증권자투자신탁 1(주식)'은 설정액 1억원 미만이다. 신영자산운용 '신영퇴직연금가치주식증권자투자신탁(주식)' 설정액은 100만원을 밑돈다.

금융위에서 제시한 기준을 모두 미달하지만 투자자를 위해서도 청산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운용업계 입장이다. 퇴직연금시장은 2009년 말 9641억원에서 현재 2조원을 넘어서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금융당국은 '변명'일 뿐이라면서 청산 기준을 일괄 적용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업계는 부실하거나 소송에 얽힌 펀드를 내세워 해지가 어렵다는 말만 하면서 소형펀드 청산을 1년 넘도록 미뤄 왔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와 금융위는 2010년 6월 '펀드 규모 적정화 제도 개선방안'을 내놨다. 전체 펀드에서 60%를 차지하는 50억원 미만짜리 상품을 청산해 난립을 막겠다는 취지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