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불사' 지정 피하자"…美 금융권 "우린 별거 아냐"
2011-06-13 08:36
SIFI 지정 규제 강화 피하려 "우린 안 중요해" 로비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덩치로 승부하던 미국 금융업체들이 규제 당국의 시야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당국의 규제가 집중되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회사(SIFI·Systemically Important Financial Institution)' 지정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를 낮추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수십개의 미국 비은행 금융업체 임원들이 최근 수개월간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를 비롯한 규제당국을 상대로 자신들의 회사는 결코 대형업체가 아니며, 망하더라도 금융시스템을 위협할 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보도했다.
이 중에는 매스뮤추얼파이낸셜그룹, 쥐리히파이낸셜그룹과 같은 대형 보험사와 시타델, 폴슨앤드컴퍼니 등의 헤지펀드, 블랙록,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 핌코 등의 뮤추얼펀드업체 등이 포함됐다고 NYT가 당국이 접수한 서류들을 인용해 전했다.
이들 업체가 금융당국에 '우리는 별거 아니'라는 로비를 하고 나선 것은 SIFI로 지정되지 않기 위해서다. 미 금융규제 당국은 금융위기를 교훈 삼아 붕괴할 경우 전체 금융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는 이른바 '대마불사(Too Big to Fail)' 업체들을 내년께 SIFI로 지정해 규제 및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은행권 가운데는 뱅크오브아메리카와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 자산 규모가 500억 달러가 넘는 대형은행들이 지정될 전망이다. 하지만 SIFI 지정과 관련한 가시적인 기준이 드러나지 않은 비은행 금융업체들은 자신들이 금융시스템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SIFI 지정을 피하려 하고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일례로 헤지펀드업계는 운용자산이 지난해 말 기준 1조7000억 달러로 21조4000억 달러를 굴리고 있는 뮤추얼펀드업계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형 보험사인 하트포드파이낸셜서비스그룹과 올스테이트코포레이션은 아예 소유하고 있던 저축은행을 떨어냈다고 NYT는 전했다.
규제당국은 금융업체들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이들은 마치 자신들이 자선단체인양, 복잡한 거래는 전혀 하지 않는 듯이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아무도 믿지 않는 실없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반면 워싱턴 정가에서는 동정론도 제기되고 있다.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위원장인 바니 프랭크 의원(민주당)은 "이들의 주장을 살펴보면 이들 업체가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며 "보험사나 뮤추얼펀드업체들은 감독을 강화할 만큼 리스크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프랭크 의원은 강화된 금융개혁법인 도드프랭크법의 제정을 주도한 인물로 그의 지역구인 매사추세츠주는 보험 및 뮤추얼펀드업체들의 영향력이 큰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