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일벌백계'로 깨끗한 삼성 구축
2011-06-08 16:00
-거시경영에서 세부경영까지 영향력 확대
(아주경제 이하늘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깨끗한 조직문화를 강조하기 위해 철퇴를 들었다. 경영진단(감사) 결과 임직원의 부정이 적발된 삼성테크윈에 징계를 내린 것. 특히 사안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오창석 사장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임한 것 역시 부정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이 회장의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8일 김순택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은 사장단 회의에서 이번 삼성테크윈의 부정과 관련한 이 회장의 질책 및 향후 감사 강화 등의 지시를 전달했다.
이번 삼성테크윈의 부정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다. 삼성은 내부감사에 의한 적발이고 법적으로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부정 사안을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사안은 사회 통념상 큰 부정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삼성은 작은 부정도 용납하지 않는 '깨끗한 조직문화'를 자부심으로 여겼다"며 "사회 통념으로는 별것 아니라고 해도 삼성에서는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 이 회장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의 또다른 관계자 역시 "삼성에서는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하는 사례에 대해서도 횡령을 적용한다"며 "이번 사안도 그 정도 수준의 부정이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통상적으로 기업 내부 문제로 경영진이 퇴진하면 기업의 이미지와 경영진의 명예 등을 고려해 '일신상의 이유, '건강' 등을 이유로 든다. 하지만 이번 삼성테크윈의 내부부정과 관련해 삼성은 부정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밝히고 곧바로 오 사장의 사임을 알렸다.
이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삼성의 깨끗한 조직문화를 재정비하겠다는 이 회장의 뜻을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삼성은 부정에 대해 가차없이 강도높은 징계를 내렸다.
이병철 선대 회장은 "일을 잘하려고 하다가 저지른 실수는 너그럽게 용서하겠지만, 사욕을 위해 부정을 하거나 거짓 보고를 하거나 불성실한 자세로 업무에 임하는 것은 용인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수차례 강조했다. 조직의 부정을 용인하는 것은 기업 뿐 아니라 국가에도 누를 끼찬다는 판단에서였다.
이건희 회장 역시 "세계 어디에서 사업을 하더라도 그 나라와 지역 사회의 법규와 도덕을 준수하고 정정당당히 자유롭고 공정하게 경쟁하자. 그것이 정도를 걷는 길이다"라며 준법과 도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매년 4월 마지막주를 '준법경영 선포 주간'으로 설정하고 주요 계열사들이 준법경영을 천명하는 것도 이같은 의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8년 4월 이건희 회장이 퇴진하고, 그룹의 계열사들의 경영을 조율하고 감사를 진행해온 전략기획실이 해체되면서 이같은 조직문화가 다소 흐트러졌다.
이에 이 회장이 직접나서 '일벌백계'(一罰百戒)를 위해 삼성테크윈에 대한 강한 징계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회장은 지난 4월 21일부터 서초동 사옥에 정기적으로 출근하며 계열사 경영을 직접 챙기기 시작했다. 다소 느슨해진 조직을 재정비하겠다는 복안도 담겨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계열사에 대한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고 김 부회장에게 반문한 뒤 "앞으로의 대책도 미흡하다"고 질책한 것은 향후 미래전략실의 감사업무의 강도가 높아질 것을 예고한다. 또한 해당 업무와 관련한 인적쇄신 가능성도 열려있다.
경영복귀 이후 그룹의 투자와 미래경영 등 거시적인 경영에 역량을 집중했다면 서초사옥 출근을 기점으로 삼성의 세부 경영에도 직접 나서겠다는 의지도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은 '부정이 있는 회사에서 좋은 물건이 나올 리 없다'며 깨끗한 삼성 조직을 강조해왔다"며 "해외에서 스카우트한 S급 인재도 작은 부정이 적발되자 가차없이 해고할 정도로 부정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