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금융전문가 조차도 알지 못하는 금융경제학 파노라마

2011-05-25 13:10
금융경제학 사용설명서/이찬근 저/부키 펴냄


(아주경제 김나현 기자) 예금과 대출은 물론, 최근에는 펀드까지도 우리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그런데 금융을 잘 안다고 하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찾기 힘들다. 금융 전문가들조차 금융을 전반적으로 꿰뚫고 있지 못하다. 왜 그럴까?

‘금융경제학 사용설명서’의 저자는 우선 금융을 가르치는 대학에서부터 매우 분파적인 교육이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대학의 커리큘럼에는 거시경제학, 화폐금융론, 재무 관리, 투자론, 회계 원리, 국제금융론, 외환론, 금융시장론 등 분화된 과목들이 주종을 이룬다. 간혹 금융론, 금융학, 금융 개론이란 이름으로 개설된 과목들이 있지만 담당 교수의 관심 분야에 따라 금융의 일부분을 제한적으로 다루고 마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금융 자체가 이론보다는 현장 실무에 의해 발전해 왔기에 이론과 실무가 결합된 통합적인 사고를 요구한다는 점도 금융을 이해하는 것을 더욱 까다롭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한다. 이런 이유로 금융 분야 종사자들조차 자신의 분야에는 능숙해도 금융의 전체 상을 그리는 데 어려움이 많다.

이 책은 이렇게 다양한 영역으로 구성돼 있는 금융에 대한 통합적인 이해를 도모하는 ‘금융의 종합 개설서’다. 금융경제학은 ‘금융 시장, 금융 상품, 금융 기관, 금융 규제에 대한 여러 이론’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 ‘사용설명서’라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이 책은 기본 개념부터 설명하고 역사적 발전을 추적한 뒤 현재의 양상을 소개하는 식으로 풀어 썼다. 그 과정에서 금융공학에 쓰이는 수학 공식이나 그래프 등은 최소화했다.

선물, 옵션, 스와프 등이 어떻게 다른지와 같은 기본적인 개념이나 쓰임새의 구분부터 주식이나 채권의 가격이 책정되는 방법, 채권 가격과 이자율이 반대로 움직이는 이유, 단기 채권에 비해 장기 채권의 이자율 위험이 더 큰 이유, 왜 우리나라에서는 골드만삭스나 리먼브러더스 같은 투자은행이 발달하지 못했는지 등과 같은 평소에 알고 싶어 하는 궁금증을 해소해 준다.

나아가 오늘날 고도로 분화된 각 금융 기관과 시장이 출현하기까지의 역사적 발전상과 맥락을 짚고 각 경제권에서 벌어지는 금융의 각축상을 제시한다.

이 책은 금융을 주도하는 네 가지 형태의 금융 기관을 다루는 1부와 현대 금융의 진화 속에서 대두된 주요한 관심사를 다루는 2부로 구성돼 있다. 각 장은 현실 문제나 역사적 에피소드에서 시작해 이론과 제도를 접목하는 방식을 취한다. 기존 금융 서적 대부분이 이론을 순차적으로 풀어 가는 방식으로 목차를 구성하거나 시사적인 관심사에 맞추어 금융을 제한적으로 다루고 있는 데 비해, 이 책은 하나의 금융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관련 학문 체계를 결합해 설명하는 통섭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다.

또 이 책은 금융을 가치중립적으로 다루는 데 머물지 않고 금융과 관련한 사회적 논쟁점을 두루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금융 기관을 규제하고 감독하는 것이 타당한가, 경기를 조절하는 중앙은행의 통화 신용 정책이 타당한가, 기업의 주권은 주주에게 있는가, 조세 회피처를 이용하는 것이 적절한가 등을 다룸으로써 독자들에게 폭넓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