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완 회장, 라부안 등 조세피난처 이용 거액 세금 탈루

2011-05-22 14:55

(아주경제 김면수 기자) 국세청이 최근 봉제완구 제조업체 에드벤트엔터프라이즈 박종완 회장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를 벌인 결과 박 회장은 말레이시아 라부안 등 조세피난처에 다수의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해 교묘히 세금을 탈루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이 박 회장에 추징한 세금은 무려 2140억여원에 달한다.

이는 국세청이 올해 초 '역외탈세와 전면전'을 선포한 이후 지난 4월 시도상선 권혁 회장에게 부과한 세금(약 4101억원)에 이어 역대 추징액 중 두 번째로 큰 금액이다.

또한 해당 금액은 국세청이 지난 2003년 'SK 분식회계 사태' 때 SK그룹의 탈루소득 4065억원을 적출해 내 추징한 세금(약 1500억원)보다 약 640억여원이 더 많다.

그렇다면 박 회장은 어떤 방법(?)을 동원해 거액의 세금을 탈루해 왔을까.

박 회장 역시 역외탈세와 관련해 현재 조세불복 논란이 일고 있는 시도상선 권혁 회장과 세무조사가 진행 중인 차용규씨와 마찬가지로 말레이시아 라부안 등 조세피난처를 이용해 세금을 교묘히 탈루해 왔다.

검찰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 1996년 홍콩에 현지법인 ‘근도 HK’를 설립한데 이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와 말레이시아 라부안 등 조세피난처에 골든콰터와 버츄얼 캐피탈 홀딩스, 프리미어그룹 인터내셔널 등 다수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이후 박 회장은 홍콩 현지법인에서 이전받은 금액을 기초로 페이퍼컴퍼니(장부상 회사) 명의의 계좌를 운용하는 방식을 통해 약 1000억원대에 달하는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박 회장은 이 과정에서 버진아일랜드와 말레이시아 라부안 등 다수의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과세당국의 추적을 피하는 한편 빼돌린 돈 대부분을 스위스 비밀계좌 10여곳에 분산 이체해 자금을 은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박 회장은 스위스은행 비밀계좌의 이자소득을 누락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 백억여원의 종합소득세를 포탈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도 박 회장은 이렇게 부정한 방법을 동원해 축적한 돈으로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소재한 ‘팍스타워’(시가 1500억원대)를 건립했을 뿐만 아니라 홍콩에선 선박투자, 필리핀에서는 골프장 사업에 재투자해 왔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해 10월 검찰의 기소 전 요청에 따라 1500억원대에 달하는 ‘팍스타워’를 범죄 수익으로 판단해 몰수보전 결정을 내렸다.

몰수보전이란 위법적인 수익을 빼돌리지 못하게 일시적으로 묶어두는 것으로 유죄판결이 날 경우 해당 재산을 몰수하는 제도다.

이처럼 조세피난처 등을 통해 수 년간에 걸쳐 ’검은 돈‘을 축적해 온 박 회장도 한 때는 국세청이 선정한 모범납세자였다.

실제로 박 회장은 지난 2008년 납세자의 날 행사에서 모범납세자로 선정돼 2년간 세무조사 유예혜택을 받았다. 당시 박 회장은 서울국세청 산하 양천세무서로부터 세무서장 표창을 받았다.

한편 국세청은 박 회장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를 통해 역외탈루소득 약 2140억여원을 추징하고, 이 중 523억원을 현금징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비상장주식 양도대금 및 명의신탁 주식 등에 대해서는 압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