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경제자유구역] 외국인 투자 없는 경제자유구역…외국인 직접투자 전체의 3.6% 불과
2011-05-22 16:00
투자 매력 없고, 규제 완화도 미흡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 전경. 기반 시설은 거의 갖춰졌지만 입주하는 기업이 거의 없어 텅 빈 '유령도시'로 전락하고 있다. |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정부가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취지로 추진 중인 경제자유구역이 흔들리고 있다. 어설픈 규제 완화와 매력 없는 인센티브(유인책), 국내 기업에 대한 차별 등으로 텅 빈 도시로 전락하고 있다.
세계 3대 경제권역 중 하나인 동북아 경제권을 우리가 이끌어 가겠다는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취지가 무색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경제자유구역을 활성화 시키고 외국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정책 변화나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 외자유치 실적‘빵점’
22일 한국은행과 지식경제부 등에 따르면 전국 6개 경제자유구역의 ‘외국인 직접 투자(FDI)’ 유치 실적은 처음 지정된 지난 2003년 이후 지금까지 약 29억7688만 달러로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FDI의 3.6%에 불과하다.
정부가 그 동안 수차례에 걸친 법령 개정으로 외국인과 외국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 완화 및 인센티브 강화 조치를 시행했으나 효과가 거의 없었던 것.
전국 6곳 경제자유구역 중 가장 개발 속도가 빠른 인천경제자유구역의 FDI 유치 실적은 10억5570만 달러 정도다. 당초 계획 대비 23%에 머물고 있다. 1단계 사업이 마무리된 송도지구는 컨벤션센터·호텔·국제학교 등 기반 시설은 어느 정도 갖추었지만 외국 투자자 찾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5개 지역, 23개 지구로 구성된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은 지난 2003년 10월 지정 이후 1단계 사업을 통해 3곳이 완료되고 10곳은 개발계획 변경 및 실시계획 수립 단계에 있다. 하지만 주거·상업용지 개발사업인 가주지구는 사업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재정난으로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또 남문지구에서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택지 대신 공장용지를 3배 정도 늘리면서 환경 피해를 우려하는 인근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전라남도 여수·순천·광양과 경남 하동 일대의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은 지정된 지 7년이 지났지만 아직 기반시설 공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FDI 유치 실적도 현재까지 4억9200만 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대구·경북 경제자유구역에서는 수성의료지구 부지의 80%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로 묶여 있으며 경산학원연구지구, 국제문화사업지구, 영천하이테크파크 등 3개 지구가 아직까지 사업시행자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산학원연구지구는 지난해 12월 지구 명칭을 경산지식산업지구로 바꾸고 사업 용지 조정을 통해 다시 사업자를 모집하고 있다. 교육·연구시설 용지는 당초 전체 면적의 24.35%에서 6.9%로 줄었으며, 대신 산업용지를 26.4%에서 39.4%로 늘렸다.
국제문화산업지구는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청과 계명대가 부지 매입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또 방송·게임·미디어 관련 기업을 입주시킬 계획이나 지난해 4월 프랑스의 3D(3차원) 개발업체인 다소시스템의 연구개발센터를 유치한 이후, 추가적인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경북 영천하이테크파크는 LH와 사업시행자 선정 업무협약만 체결했을 뿐 본계약은 미뤄졌다.
새만금경제자유구역 역시 투자유치 실적이 초라하다. 75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쌈지가 투자협약을 맺은 지 일주일 만에 부도를 맞아 사업이 잠정 중단됐으며 전라북도와 새만금경제자유구역청이 추진한 미국 패더럴 디벨롭먼트사와 9200억원대의 투자협약도 막판에 파기됐다. 새만금 지역의 비싼 땅값과 군산공항 국제선 도입 지연 등이 문제가 됐다.
가장 늦게 출발한 황해경제자유구역은 미래가 불투명한 상태다. 현재 개발 진도가 가장 느려 국제수준의 첨단기술산업 클러스터를 육성하고 대중국 수출입 전진기지 및 부가가치 물류를 육성한다는 당초 목표가 무색할 정도다. 특히 송악지구로 황해구역 개발의 스타트를 끊었던 당진테크노폴리스는 최근 악화된 경제여건으로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자동차 부품단지와 상업시설 등이 들어설 포승지구와 인주지구도 LH의 사업 포기로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한 지역들 중 기업들이 투자에 매력을 느낄 만한 곳은 많지 않다"며 "단기적인 규제 완화 및 인센티브만으로 투자를 유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 미흡한 구조조정
지식경제부가 지난해 8월 인천과 부산·진해,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를 대상으로 한 평가 결과에 따르면 3곳 모두 65~73점의 낮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개발 진척도와 외국인 투자유치 실적 부문의 점수가 저조했다.
특히 이들 3개 구역은 지난 2003년 말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7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체의 7%만이 개발이 완료됐다. 절반(52%) 정도는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이지만 무려 41%에 해당하는 지역의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개발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정부는 지난 3월 6개 경제자유구역의 전체 면적을 568.3km2에서 477.9km2로 16% 정도 줄였다. 사업비도 기존 104조5633억원에서 87조1102억원으로 축소했다.
하지만 경제자유구역의 구조조정은 부족하다는 평이다. 전체 경제자유구역 지정 면적의 약 44%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거나 사유지 또는 문화재 지역에 해당돼 개발에 부적합한 곳으로 드러났지만, 이 중 구조조정이 이뤄진 곳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처럼 경제자유구역의 추진 성적은 형편없는 수준이지만 정치권에서는 추가 지정 논의가 다시 진행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충청북도·경기도·전라남도·강원도 등이 신청한 4곳에 대한 경제자유구역 추가 지정을 위해 현지 실사 등을 진행 중이다.
한 정책 연구원 관계자는 "중국이나 싱가포르, 홍콩 등과의 경쟁에서 이겨 동북아 지역 경제 허브로 발전돼야 할 경제자유구역이 7년이란 시간에도 불구하고 중심을 못 잡고 표류하고 있다"며 " "정치적 논리에 휩싸여 마치 각 광역자치단체가 하나씩은 꼭 가져야 하는 선심성 지역 개발 사업으로 전락한 느낌"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