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농산물 가격 예측 못하나 안하나
2011-05-22 13:54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한때 '금값'으로 비유됐던 배추가격이 최근 포기당 몇백원대로 급락하면서 농산물 가격 변동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농산물 가격 예측의 정확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이상기후가 잦아지는 등 재배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22일 한국농촌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5월 상순 배추 도매가격(10㎏ 기준)은 2070원으로 4월 하순 4230원보다 51%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락시장의 하루 평균 배추 반입량은 같은 기간 622t에서 717t으로 늘었다.
앞으로도 전체 출하량이 지난해 보다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배추가격은 당분간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배추가격이 한달도 채 안돼 크게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배추가격과 수급량 예측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재정기획부도 농산물 가격 예측에 대비하지 못했음을 시인했다.
재정부 물가정책과 관계자는 "사실 배추가격이 이렇게까지 떨어질 줄은 몰랐다"며 "지난 10년간 큰 차이가 없었는데 지난해부터 이상기후 등으로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현실적으로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털어놨다.
임종룡 차관도 "지난 3월 배추가격이 떨어지던 시기에 비축량을 풀었던 이유는 당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매우 컸기 때문"이라며 "물가가 오르면 당장 할 수 있는게 공급량을 늘리는 일밖에 없어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농산물 가격 정보를 100% 한국농촌연구원 농업관측센터 한 곳에만 의지하고 있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요즘처럼 물가상승세가 커질때는 농업관측센터 정보를 활용하는 것 뿐만 아니라 전문가를 수시로 투입해 예측하기도 한다"며 "농산물 가격 변동성이 자꾸 커지는 문제는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가격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계약재배 면적이나 정부 비축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약재배란 정부의 위탁을 받아 소비자 단체나 기업과 제휴하는 농산물 재배를 뜻한다.
즉 일정한 계약을 맺고 재배를 하기 때문에 나중에 공급물량을 어느 정도 보장받을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물가 변동이 심할 때도 일정한 가격대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계약 농가 입장에서는 매매 및 거래방법, 위탁시기와 물량, 수수료 등 계약과정에 있어 여러가지 제한이 있어 사실상 수익을 크게 얻기는 힘든 실정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계약재배의 경우 수십억 투자했다가 날리는게 부지기수"라며 "계약재배 면적은 조끔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급변하는 농산물 가격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