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이-팔 영토 1967년 국경 기준해야"

2011-05-20 13:51
국제 논란 점화…친 이스라엘 정책 변화 관측도<br/>이 네탄야후 강력 반발, 공화당도 오바마 비판

(아주경제=워싱턴 송지영 특파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국경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전 상태에 근거해야 한다"고 밝혀, 해당 국가들은 물론이고 미국 내외부에서도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동 평화 협상의 기본은 독자 존립이 가능한(viable) 팔레스타인과 안전한(secure) 이스라엘을 만드는 것"이라며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요르단, 이집트와의 영구적인 국경,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과의 또 하나의 영구적인 국경을 평화협상을 통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평화협상이 가시적인 성과가 없었다는 지적.

이스라엘은 1967년 전쟁으로 요르단강 서안지구, 동예루살렘, 가자지구 등을 획득해 지금까지 자국 영토로 사용하고 있다. 오바마의 발언은 이스라엘이 이를 포기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서안지구에는 현재 약 30만명의 이스라엘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 정착촌은 국경 밖에 세워져 국제법상 불법이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오바마의 발언에 대해 후폭풍이 크게 일고 있다. 이스라엘은 물론이고 미국 내 유대인, 심지어 공화당까지 오바마를 비판하고 나섰다. 벤자민 네탄야후 이스라엘 총리는 "국경은 1967년 중동 전쟁 이전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재론의 가치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오바마가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감사하지만, 유일한 유대인 국가의 존립을 희생해 팔레스타인 국가를 살릴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네탄야후 총리는 20일 워싱턴에서 오바마와 회담을 앞두고 있다.

이스라엘의 유엔대사를 지낸 도어 골드는 "오늘 오바마의 발언은 대 이스라엘 정책의 급진적인 전환을 의미한다"며 "1967년에 정립된 국경선은 재론의 여지가 없으며, 만일 이전 상태로 돌리라면 이스라엘은 폭이 8마일로 줄어든다"고 폭스 뉴스에 말했다. 전쟁으로 확대된 이스라엘 영토의 현재 폭은 약 45마일(1마일=1.6㎞)이다.

로스엔젤레스에 있는 유대인 그룹 '시몬위젠탈센터'의 랍비 아브라함 쿠퍼는 "오바마가 내년도 선거에서 유대인 지지를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유대인 유권자는 전체의 2%밖에 되지 않지만 재력과 정치력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실제 2008년 대통령선거에서 유대인 유권자의 78%가 오바마에게 표를 던졌고, 단 21%만이 공화당의 존 매케인을 지지했다. 미국에서 유대인의 지지 없이 대통령에 당선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속설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공화당도 오바마를 비판하고 나섰다. 대권 주자 미트 롬니 전 메사추세츠 주지사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오바마가 이스라엘을 버스 밑으로 던졌다"며 "이는 이스라엘에 대한 결례이며 이스라엘의 평화 협상력을 약화시켰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바마의 발언을 지지했다. "그의 발언이 일부만 부각되고 있다"며 "미국 정부는 오는 9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팔레스타인의 일방적인 독립국가 인정 신청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오바마가 팔레스타인 편을 들자는 게 아니라는 지적이다.

팔레스타인은 오바마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발표했다.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수반은 "오바마의 중동 평화를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며 "이와 관련한 후속 조치를 논의키 위해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한편 오바마는 최근 독재자를 쫒아내는 데 성공한 이집트, 튀니지 등 중동 국가들에게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부채 탕감과 재정지원 등을 하는 중동 지원책을 함께 밝혔는데,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연방정부 부채 규모가 한도에 달하는 등 미국의 재정 형편이 나쁜 상황에서 해외에 퍼줄 돈이 과연 있느냐는 지적이다.

오바마의 이날 발표는 미국이 '친 이스라엘'만은 아니라는 모습을 보여줘 중동 아랍권의 지지를 받아내고, 중동지역 민주주의와 동시에 알카에다 등 테러 조직 섬멸을 앞당기기 위한 결정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