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스마트 동반 성장'으로 상생 경영 실천

2011-05-20 15:01
개방, 전략적 윈-윈(win-win), 상생문화 정착 3대 원칙 내걸어<br/>수동적이었던 협력사들.. 이제 스스로 혁신을 추진하고 품질경영을 강화하는 등 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지난해 3월 5일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KT 올레캠퍼스에서 열린 “올레 KT 창조적 신노사문화 공동선언” 행사에서 이석채 회장(오른쪽 7번째)와 김구현KT노조위원장이 악수를 나누며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아주경제 한운식 기자) 상생경영이 기업 경영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 기업이 이른바 '갑'과 '을'의 관계를 떨치고 대등한 동반자로서 함께 나가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게되면 기업 경영은 물론이고 우리 나라 경제 전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제1의 통신기업 KT는 일찌감치 상생 경영의 기치를 내걸었다. 이제 곳곳에서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다.


KT 이석채 회장은 지난 2009년 6월말 ‘정보기술(IT)산업 고도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상생방안’을 발표했다.

이 당시 최고경영자(CEO) 취임 5개월째의 이 회장은 “중소협력사와 혁신적 상생 및 협력 관계를 구축해 IT산업 고도화 및 일자리 창출을 견인하겠다”고 선언했다

KT는 개방, 전략적 윈-윈(win-win), 상생문화 정착을 3대 원칙으로 중소기업과 동반성장하는 ‘상생 경영’을 내걸었다.

상생 경영을 이루기 위한 중점과제도 제시했다.

주요 내용은 개방형 플랫폼을 활용해 누구나 콘텐츠와 서비스를 유통할 사업기회를 제공하고, 중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홍보 및 판촉을 위한 홈페이지 구축사업을 추진하는 등 IT 생태계 활성화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후 KT는 최저가 입찰 폐해를 방지하고,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의 자립기반을 강화하는 등 상생협력 정책을 구체화했다.

114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한 구매 혁신 만족도 조사에서 5점 만점에 4.22점을 받는 성과를 거둔 것은 이 같은 노력의 결실이다.

이어 지난해 7월에는 기존 상생 정책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적극적 동반성장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관계에서 발생하는 태생적 불안요소를 해소하기 위해 ‘3불(不) 정책’을 내걸었다

△중소기업의 자원이 KT로 인해 낭비되지 않게 하고 △기술개발 아이디어를 가로채지 않으며 △중소기업과 경쟁환경을 조성하지 않는다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했다.


‘중소기업의 자원이 KT로 인해 낭비되지 않게 하겠다’는 것은 과거에 협력사가 KT의 구매 수요를 예측할 수 없어 생산 및 재고 관리에 어려움을 겪거나, 제품 개발을 완료했음에도 상용화가 되지 않아 자원 낭비를 초래했던 일이 앞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KT는 수요 예보제를 신설하고 개발 협력 제도를 개선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술개발 아이디어를 가로채지 않겠다’는 것은 협력사의 개발 아이디어 제안 사항이 불명확한 사유로 채택되지 않거나 검토 기간이 길어졌을 때 경쟁 기업 등에 아이디어를 뺏길까 우려하는 일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KT는 비밀유지계약(NDA, Non-Disclosure Agreement)을 맺어 제안 사항이 타 업체에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고 KT 내부에서 NDA를 위반해 아이디어 제안 사항이 유출될 경우 관련자를 엄중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KT는 또한 아이디어와 기술의 사업화를 위해 IT 핵심 솔루션 분야에 550억원 규모의 신규 펀드를 조성하고 모바일 앱. 콘텐츠 분야에는 기존 450억원 규모의 펀드를 활용하고 있다.

우수한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갖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개발비용을 선 지원하고 향후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중소기업 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한 것이다.

‘중소기업과 경쟁환경을 조성하지 않겠다’는 것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가치사슬(Value Chain) 전후방에 진출해 자금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잠식한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뜻이다.

과거 한정된 사업영역 안에서 대기업 중소기업간에 제로섬(Zero Sum) 경쟁을 하는 게 아니라 오픈 에코시스템(Open Ecosystem)을 기반으로 중소기업 과 상호영역을 키워가는 포지티브섬(Positive Sum)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동반성장 사례를 살펴 보자.

동반성장 패러다임 선언 직후인 지난해 7월 KT는 ‘공사협력사 특허자율 도전제’를 시행했다.

협력사가 특허권을 단독 확보한 근거가 명확할 경우 평가 때 건당 1점, 최대 2점까지 가점을 부여하는 제도다.

현재까지 13개 협력사가 17건의 특허를 출원했고, 이중 원가절감과 품질개선 효과가 뛰어난 3건은 가시적 성과가 인정되어 가점을 부여했다. 또 KT 사업에 직접 적용될 예정이다.

정보통신 공사를 전문으로 하는 중소기업 ‘영인이엔씨’는 최근 ‘가공케이블 증설 및 철거가 용이한 지선 지지장치’를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이는 교외지역이나 농어촌 지역에 세워진 통신주 지지대에 볼트와 너트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최대 6배의 케이블을 설치할 수 있는 장치다. 비용절감 은 물론 케이블 절단 등 고장 위험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단순하지만 값진 이 아이디어가 적용될 경우 품질향상과 함께 연간 16억원의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FTTH(Fiber To The Home·가정용 광가입자망) 보급이 확대되면서 광케이블 유지·보수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특허도 출원됐다.

전라북도 지역 선로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하는 중소기업 ‘청우’는 방수형 광케이블 접속함을 개선해 케이블 절단 시 원상복구를 작업을 수월하게 만들었다.

강욱 청우 사장은 “현장에서 작업하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를 제안할 방법이 없었는데, KT가 특허자율 도전 제도를 마련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며, “이제는 직원들이 평소 얘기하는 조그만 아이디어도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뿐만이 아니다.

KT는 특허자율 도전제와 함께 협력사와 공동으로 장비와 서비스를 개발해 창출된 성과를 공유하는 ‘성과공유제’도 23개 과제가 접수돼 이 중 3개 과제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박정태 KT 구매전략실장(전무)는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대부분의 협력사가 다소 수동적인 입장이었지만, 최근에는 협력사들 스스로 혁신을 추진하고 품질경영을 강화하는 등 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